국무총리실 산하 유사 기구 존재…일부 겹치기 인사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실효성 의문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무산 위기에 놓였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다.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한부 대통령 직속 기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위원장을 맡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언 사태 이후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됨에 따라 위원회 출범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최 권한대행이 위원장을 맡아 예정보다 한 달 늦게 출범하게 됐다.
위원회는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해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전략을 제시하고 바이오 경제, 바이오 안보 등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심리 위축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이른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위원회 출범을 환영하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미 비슷한 성격에 국무총리실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혁신위)가 지난 2023년 출범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사 기구가 일년 간격으로 등장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위원회가 제시한 관련 전략들도 기존 혁신위 활동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위원회는 1차 회의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11만 명을 양성하고 ▲데이터 기반 바이오 R&D 추진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바이오 제조 전주기 지원 프로젝트 추진 ▲K-CDMO(위탁개발생산) 적극 지원 등을 주요 목표로 꼽았는데 그동안 혁신위 등에서 이미 다뤄졌던 정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헬스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게 된 혁신위도 그간 별다르게 보여준 것이 없는 현시점에서 또 다른 유사 기구 출범은 다소 의아하다”고 봤다.
두 기구의 조직 구성을 살펴봐도 일부 인사가 겹치고 있다. 예컨대 혁신위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고 반대로 혁신위 위원이었던 이상엽 KAIST 교수는 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김법민 고려대 교수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등도 두 기구 모두 민간위원으로 발탁됐다.
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위원장으로서 위원회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켜진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이뤄질 경우, 5월~6월 중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이 경우, 최 권한대행의 위원회 활동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 혁신위가 바이오헬스 분야인 레드 바이오(의약·의료)에 중점을 두지만 위원회는 그린(식량‧자원), 화이트(에너지‧화학), 블루(해양) 등 바이오산업을 총망라하는 범부처 기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위원회의 지속 가능 여부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원회가 닻을 올렸으나, 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정부 출범 초기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했어야 하는데, 탄핵 정국 속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과 비전이 마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종속시한은 관련 법령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임기인 오는 2027년 중반까지라는 시한부를 두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법 제정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위원회 종속시한이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만큼 지속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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