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등 대외 리스크…‘컨트롤타워’ 침묵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 10개월째를 맞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질적인 활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이 바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위원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소속 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정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는 지난 5월 회의 개최 이후 11월 중순 현재까지 반년 넘게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해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전략을 제시하고 바이오 경제, 바이오 안보 등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제약바이오산업의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이른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37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당초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위원장을 맡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사태 이후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됨에 따라 시기가 지연돼 지난 1월말 출범하게 됐다.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어렵게 출범했지만 위원회의 활동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는 출범한 1월과 5월 두 차례 본회의를 개최하는데 그쳤고 분과위원회 회의 3회와 서면회의 1회를 포함한 전체 회의는 총 6회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앞서 열린 두 차례 본회의 역시 탄핵 정국 속에서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등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했을 뿐, 당연직 위원장인 대통령이 정식으로 참석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예산 집행 내역에서도 드러났다. 위원회 운영을 위한 2025년 예산은 약 20억원이 편성됐지만 지난 10월 말 기준 전체 집행된 금액은 9억 9900만원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회의 예산은 약 3억원이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액은 6500만원 수준에 불과했고, 사무국경비 역시 편성된 17억 5500만원 중 절반 수준인 9억 3400만원만 집행됐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특히 K-바이오는 올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힘겨운 대외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통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한 만큼 한국의 의약품 관세율은 유럽연합(EU)나 일본과 유사한 15% 수준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부 내용 중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무관세 적용이 합의됐으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적용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 관련 업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외 리스크를 국가바이오위원회에서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대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위원회가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회의 정례화 ▲대통령 참여 ▲예산 집행과 정책 성과 연계 ▲대외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 측은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 개편 작업이 진행되면서 존속 여부 등 불확실성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위원회 존속이 결정되면서 지난달 말부터 예산 집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국가바이오위원회 관계자는 “본회의 준비는 계속 하고 있지만 연내 개최 여부는 현재로써는 아직 미정”이라며 “우리 위원회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정권 교체 이후 그 동안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 개편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는 “올해 새로 출범한 위원회다 보니 시설비나 임차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위원회가 존속하기로 하면서 10월말부터 11월까지 해외 출장이나 정책 연구용역 예산이 많이 집행됐다. 연말까지 보면 예산이 많이 집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외 여건에 따른 대응 등 여러 분야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