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HJ중공업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HJ중공업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J중공업은 1937년 최초의 철강 조선사로 설립된 이래 한국의 ‘조선 1번지’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내·동양·세계 최초 등 수많은 신화를 일궈오며 80여년간 축적해 온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1992년 이후 매년 세계 최우수선박 건조사로 선정됐다. 지속적인 R&D 투자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경우 동양 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 선형을 개발했다. 

HJ중공업은 상선뿐 아니라 함정, 특수목적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해상방위력과 해양력을 제고에 기여해 왔다. 1974년 국내 함정부문 방위산업체 1호 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초계함, 상륙함, 공기부양정, 해양경찰의 경비함 등을 건조해 오며 국내 최다 함정 건조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취항한 한국 최초의 극지용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500톤급)의 기본설계와 건조도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이 맡았다.  

2023년은 HJ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개발 및 수주에 있어 변곡점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해 2월 HJ중공업은 HMM과 총 3167억원 규모의 9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흔히 조선 3사의 전유물로만 인식돼 온 해당 선종의 수주로 HJ중공업은 중형 조선사이지만 대형 조선사에 견줄만한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보유했음을 입증했다. 

같은 해 5월 HJ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조선소 혁신성장개발사업 지원에 힘입어 LNG 연료를 해상에서 공급하는 선박인 7500㎥급 LNG 벙커링선 선형 개발을 완료하고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기본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이 선박은 이중연료(LNG·MGO Dual Fuel) 추진 시스템을 통해 조종성과 운항효율성도 확보했다. 

이 회사는 동 벙커링선을 선박평형수(선박의 무게중심 유지를 위해 탱크에 넣는 바닷물)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평형수의 유입·배출 없이 운항이 가능한 ‘무평형수’ 선박으로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무평형수 선박은 별도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가 필요 없어 환경친화적일 뿐 아니라 건조 비용과 운용비까지 절감할 수 있다.

같은 해 11월 HJ중공업은 핀란드의 바르질라(Wartsila)와 공동연구를 통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한 뒤 하역할 수 있는 ‘탄소 포집·저장 8500TEU급 컨테이너선’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HJ중공업은 수소 선박 개발을 위해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로이드선급으로부터 8만8000㎥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에 대한 설계 AIP를 획득한 바 있다. 

HJ중공업이 건조한 대한민국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HJ중공업 
HJ중공업이 건조한 대한민국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HJ중공업 

HJ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개발 및 수주 행보는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수주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약 4조7000억원(건설업 포함)의 수주를 기록해 양대 사업인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잇달아 곳간을 채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선 부문에서는 2023년 대비 300% 증가한 1조7504억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1조7500억원대 수주는 부산 영도조선소 단일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특수선사업에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역량이 수주 낭보로 이어지며 실적을 견인했다. 작년 해군의 유도탄고속함 18척 성능개량사업(1247억원)과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고속상륙정(LSF-II) 창정비 사업(677억원)을 따내 MRO 시장에서 강점을 재확인했다. 이 외에도 해경의 3000톤급 경비함 1척, 신형 고속정 4척 신규 건조사업 등을 포함해 함정사업에서만 5504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상선사업 분야에서의 활약도 고무적이다. 같은 기간 유럽지역 여러 선주사로부터 총 8척, 1조2000억원 규모의 79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이들 모두 유사 선형인만큼 반복 건조에 따른 생산성과 수익성 증대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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