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도요타·닛산·폭스바겐·스텔란티스·한국GM·테슬라까지
미국 생산 확대·가격 인상·美 밖 공장 가동 중단 등
공장 이전에 대규모 해고 사태 우려도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외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생산분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 추이에 따라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8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0위권 내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의 25% 관세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080만대로 1위를 지켜온 일본 도요타는 300만대 규모 자국 생산 원칙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매출의 20%(53만대)를 일본에서 생산했다. 일본 전체 생산량(312만대)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이를 세계 각국으로 대체할 경우 일본 생산량은 260만대 수준까지 떨어진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가 도요타이기 위해서는 일본에 현장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인물이다. 엔화 강세 시기에도 연간 300만대 생산 원칙을 지켜왔다. 도요타가 자국 생산을 강행하면 가격을 올리거나 관세에 따른 비용을 전부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도요타가 당분간 미국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관세가 트럼프 임기 내내 지속하면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닛산 역시 관세 부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닛산은 중형 SUV '로그' 생산량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그는 지난해 1~11월 미국 시장에서 23만1000대가 팔린 주력 모델 중 하나다. 이 중 12만대가량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닛산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용 차량 수주도 일부 중단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는 고육책을 내놨다. 폭스바겐은 가격 인상을, 스텔란티스는 공장가동 중단을 선택했다. 폭스바겐은 일종의 '수수료'를 자동차 가격에 매겨 관세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고민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관세로 가격을 올리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곳에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 5개 공장의 근로자 900명에 대해선 해고 수순을 밟는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미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와 관련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을 멈추면 미국 내 부품 생산시설의 일자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멕시코 공장에는 2400여명의 시간제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적잖은 규모의 실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규어랜드로버(JLR)는 이달 미국으로 자동차 출하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관세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조치다. JLR은 지난 1년간 43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는데 미국 비중은 25%를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서는 한국GM이 풍전등화다.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해 관세 대응에 적극적인 현대차그룹과 달리 한국GM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데 이어 노사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를 찾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회사 차원의 대응 방안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총생산량 49만9559대 중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보내 막대한 수익을 올린 만큼 타개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관세 후폭풍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에게도 독이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테슬라 차량의 부품 25%는 멕시코, 10%는 중국에서 생산한다. 매체는 특히 '모델X'는 전체 부품의 40%가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다면서 향후 테슬라의 생산 비용이 11%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테슬라가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연간 30억달러의 추가 비용까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테슬라는 관세 리스크가 없는 BYD에 전기차 '왕좌'를 내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미국 GM과 포드는 대대적인 판매 증대 계획에 돌입했다. GM은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경량 트럭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포드는 일반 고객에게 직원 할인가를 적용하는 등의 파격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포드는 전체 판매량의 80%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와 협상을 적절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일 경우 대규모 해고 사태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최창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