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리인하 기조 속에 시중 통화량 20개월째 증가세
"은행→증권·자산운용으로 자금 유입 가속될 것"
장기간 이어졌던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저금리로 전환된 가운데 은행 수신금리가 30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며 대기성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간 이어졌던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저금리로 전환된 가운데 은행 수신금리가 30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며 대기성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장기간 이어졌던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저금리로 전환된 가운데 은행 수신금리가 30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며 대기성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금리하락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은행으로의 자금 흐름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고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증권·자산운용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통화량은 M2(광의통화·평잔) 기준 420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4183조7000억원)보다 20조1000억원 늘어나며 지난해 6월 이후 2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M2는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의미하는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요구불예금과 수익증권 등이 전월에 비해 각각 5조5000억원, 5조3000억원 증가한 반면, 2년미만 정기예적금은 5조9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수신금리를 내리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대기성 자금이 요구불예금 등으로 향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지 조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진 금융상품이다, 언제든지 예금 일부 또는 전부를 인출할 수 있어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2월 기준 은행권의 정기 예적금 등이 포함된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2.97%로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2022년 8월(2.98%) 이후 무려 30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 수신상품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369정기예금(12개월)'과 '행복knowhow연금예금(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의 금리를 0.30%p 내렸고,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p 내렸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지난달부터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30% 인하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가상자산 투자자는 1629만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1365만명)과 비교해 19.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말 58조원에서 11월말에는 102조6000억원으로 폭증했으며, 가상자산 예탁금은 지난해 10월 4조7000억원에서 올해 1월말에는 10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과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상자산시장은 위축과 확장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향후 가상자산 ETF 도입,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돼 법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시장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현금화 목적의 법인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고, 하반기에는 일부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 허용하는 로드맵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상하면서 금값도 치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시세는 3월 들어 그램(g)당 14만원 중반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3월 2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16%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312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월 중순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한 뒤 약 2주 만에 3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하락 기조 속에 은행보다 증권·자산운용사로 자금 유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금리하락과 규제강화에 따른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은행으로의 자금유입은 둔화하고 있다"면서 "고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 증가, 적극적인 자산관리 행태로의 변화는 증권 및 자산운용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가속화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 및 자산운용시장 내에서도 상품에 따라 자금유출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상장지수펀드(ETF)는 해외주식형을 중심으로 자금유입이 예상되는 반면 일반펀드는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수탁고 증가세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증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국내증시는 저평가에도 △실적 개선 우려 △외국인 순매도 △해외증시로의 이탈 등으로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큰 폭의 자금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시장 순매수 규모는 2023년 11조3000억원에서 2024년 11조3000억원 그리고 올해 1, 2월에는 -4조6000억원 등으로 자금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의 코스닥 거래도 2024년 1조5000억원에서 올해 1~2월은 -9000억원 등으로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금융사는 경제금융상황 변화에 대한 사전적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금융상품 수요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며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해외주식 등과 관련한 업권 및 업권내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상품 판매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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