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네시스·HEV 가격 급등 우려…HMGMA 혼류 전환, 美공장서 120만대 방어
성 김·무뇨스 사장단 배치해 선방…정의선 회장도 '분주'
트럼프, 1기 당시 2년 이상 끌더니 결국 車관세 제외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내로 자동차를 포함한 분야의 추가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태풍의 눈'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분주하다. 압도적인 미국 실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던 현대차그룹은 현지 공장 가동을 늘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최종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한 점을 언급하면서 돌파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70만8293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3.4% 증가한 규모이자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2022년 147만4224대를 판매한 이후 150만대에 근접한 미국 판매량은 단계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함께 고부가가치 차종인 전기차,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 판매량도 가파른 상승세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7만5003대가 팔렸다. 2020년 1만6000여대 수준에 그쳤던 데 비해 폭발적이다. 친환경차는 총 34만6441대가 팔리면서 전년보다 24.6% 늘었다. 판매 비중은 전체 차종 가운데 20.3%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이가 관세 폭탄에 직격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종인 제네시스와 HEV는 현지 생산보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를 적용받으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가격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화 기준 미국에서 4800만원에 팔리고 있는 투싼 HEV와 4100만원인 스포티지 HEV는 25%의 관세를 적용하면 각각 6000만원, 5125만원으로 뛴다. 제네시는 G80이 8100만원에서 1억125만원으로, G90은 1억3000만원에서 1억625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량 증대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조지아 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방식을 기존 전기차 전용에서 HEV 혼류로 바꾸면서 50만대까지 확대했다. 선제적 조치로 시간을 번 셈이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까지 더하면 120만대 규모는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적 네트워크도 최대로 가동 중이다. 지난해 사장단에 미국 전문가 성 김 고문과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앉히면서 대응 태세를 갖춘 데 이어 정의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골프 라운드에 동행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성 김 사장은 이에 더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의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에 합류해 워싱턴DC로 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관세 '태풍의 눈'에 휘말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기에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기 당시 최종 관세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점을 들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먹이면서 관세로 전 세계에 공포 정치를 펼쳤다. ‘미국 안보에 위해가 되는 경우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사문화된 법을 부활시키면서까지 글로벌 무역 환경을 시계 제로에 빠트렸다. 2년 반을 끌던 트럼프는 픽업트럭 관세 연장 등 FTA 개정으로 고율 관세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최종 제외했고 중국과도 합의했다.

게다가 각각 25%, 10% 관세를 적용한 철강과 알루미늄은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 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관세 부과 직후 2년간 미국의 금속제조업 일자리는 2018년 3월 37만5900개에서 2020년 1월 37만3600개로 오히려 줄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철강 관세가 슬래브 등 수입 반제품에 의존하던 상당수 미국 철강 회사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혔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US스틸은 무역 전쟁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제련 공장을 폐쇄하고 1500명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이를 겪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철강 관세를 낮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지만 FTA 개정, 미국 공장 설립 등 추가 투자 발표로 끌어내린 경험이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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