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PV, 전기생산에 디자인까지 덤으로…전기 생산한 만큼 전기 의존도 줄여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갈수록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시대. "이러다가 전기가 다 소진되진 않을까, 전기료는 얼마나 오를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현대인들의 전기 사랑은 현재, 미래진행형이다. 특히 앞으로 전기 먹는 하마인 AI(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등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전기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 ‘사용하는 전기의 효율화’가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전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분야 중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곳 중 하나가 건물이다. 국내 가정‧상업용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사용량은 국내 전기사용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건물부문에서의 전기 효율화는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건물부문의 전기 효율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안은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이다. BIPV는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이다. 기존 넓은 평지나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과 달리 태양광이 건축 자재로 활용된다. 태양광 전지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곧바로 건물 내부로 공급돼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 기존 태양광처럼 별도의 설치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돼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협소하고, 건물이 밀집된 지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아리즈톤(Arizton)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5억4000만달러(4조9400억원) 규모였던 BIPV 시장은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에는 86억8000만달러(12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BIPV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에 더해 건물의 디자인, 심미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건축 자재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건물의 외관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다. BIPV 모듈은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제작돼 건축물의 미적인 요소를 더한다. 기존의 어두운 색 태양광 패널들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공, 민간 영역의 건물에 BIPV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광교 신사옥 건축에 BIPV를 활용했다. 건물의 외벽이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신사옥에 적용된 BIPV 시스템은 외벽과 지붕에 통합돼 있어 별도의 설치 구조가 필요하지 않아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BIPV 시스템을 통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생산된 전력은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지원해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외부 전력 의존도를 줄여 이에 따른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BIPV 외에도 지열 에너지설비 시스템, 옥탑 층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을 채택해 41.1%의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달성했다.
서울시 도봉구청사는 100kW(킬로와트)의 BIPV가 설치돼 연간 89MWh(메가와트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약 24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량이다. 특히 도봉구청사에 적용된 BIPV는 외벽 전체에 컬러 모듈을 적용했다. 석재 외벽을 제거하고 구성된 기하학적 패턴의 태양광 모듈은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치된 태양광 모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빛의 각도에서 서로 다른 색감과 반사 효과를 보여줘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다. 도봉구청사는 BIPV를 설치한 후 기존의 전력 자립률이 1%에서 4%로 증가한데 이어 건물 디자인도 한층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 ‘삼성트리플타워’도 BIPV를 적용한 건물이다. 460kW의 BIPV가 설치돼 연간 53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외관의 유리 파사드와 함께 통합된 태양광 모듈이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삼성트리플타워는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감소를 동시에 실현하는 건물로 건물의 에너지 자립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 현대바이오랜드,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성남시청, 대전광역시교육청, 서울시 강동구청사, 진천고등학교 등에서도 BIPV를 적용해 전기 효율화와 탄소 배출 감축에서 실직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BIPV 시장은 걸음마 단계로 확장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건물태양광은 전체 태양광의 32% 수준(7.0GW)에 그치고 있다. 특히 BIPV는 공공기관 기준 534건만 적용돼 있는 상황으로 규모로는 31MW다.
BIPV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소는 경제성이 꼽힌다. BIPV는 초기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BIPV의 설치비용은 일반 태양광 패널에 비해 약 20%에서 30% 정도 비싼 상황이다. 소량, 다품종 생산 시스템으로 인해 BIPV의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BIPV의 낮은 경제성과 발전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급 제도의 설치 유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BIPV의 보조금 지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설치 유형별로 차등 지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건물태양광 REC 가중치를 용량이 아닌 유형과 위치에 따라 세분화하고, 충분한 설치 사례 데이터를 확보한 뒤 BIPV에 대한 REC 가중치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아가 제로에너지건축물과 연계해 BIPV를 적용하는 시범 실증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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