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미국 등 전 세계적 확산...국내서도 2018년 본격화
영세 스마트팜 업체 대다수인데...막대한 초기 자금 필요는 '한계' 지적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스마트팜,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낯선 용어일수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첨단 시스템으로, 기후위기 시대에서 농업의 미래로 불리고 있다.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활용되는 것이다.
◆ '폭염·가뭄·홍수' 기후위기가 삼킨 농업계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산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쉽사리 줄지 않으면서 지구는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은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열탕화' 시대라고 우려했다. 여름은 더 뜨겁고, 겨울은 따뜻해지고 있다.
농작물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재배된다. 그렇기에 산간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이 다르고, 평야에서 자라는 작물이 다르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면서 자라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도 상승이다. 사계절 모두 온도가 올라가면서 작물의 생육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다. 작물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곡물 같은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게 된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귤이나 사과가 맛이 들지 못하는 이유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해동 교수는 "야간의 낮은 온도를 대비해 낮에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생성되는 것이 당도"라며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야간 온도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과일 당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는 농수산물의 흉작으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강수량도 마찬가지다. 농작물 재배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요소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고, 또 다른 반대편에서는 1년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두 경우 모두 농작물이 잘 자랄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기온 상승과 습도 변화는 해충과 질병이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국내에서 병해충 관련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상기후로 고온다습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벼멸구가 급증했다. 벼멸구는 벼의 줄기에서 즙액을 먹으면서 벼를 말라 죽게 한다. 피해가 급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벼멸구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1만7000여곳에 농약대와 생계비 등 재난 지원금 18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세계인구는 2050년까지 97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 약 80억명이었던 2022년보다 1.2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는 식량안보를 정부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가에서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가 짙어지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좋지 않다.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2022년 70.2점으로, 전 세계 39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에서는 29위로 최하위권이다.
◆ "농약, 드론으로 뿌려요"...스마트팜, IoT부터 블록체인까지 활용
기후위기가 농업계를 덮치면서 대응책으로 제시된 것이 스마트팜이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기후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는 농업을 구하겠다는 계획이다.
IoT(사물인터넷)와 AI, 빅데이터 등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발생할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물의 현재 성장 상태를 파악하고, 수확 시기를 정할 수 있다. 작물 수확량까지 시뮬레이션 해볼수 있다.
자동화된 환경 제어 시스템의 경우 가장 많이 활용된다. 온도와 습도, 조도가 필요한 양 만큼 투입되면서 수확량은 늘어나고, 균일한 품질의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자원 효율성도 높아진다. 물과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역시 절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품질도 기존보다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화된 양액 공급 시스템과 병충해 감지 기술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화학물질 사용도 줄일 수 있어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좋은 시스템이라는 평가다.
이상 기후 대응뿐만이 아니라 자동화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농가에 부족한 노동력 보강도 가능해진다. 작물 상태를 점검하고 정밀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 드론도 활용 중이다.
국내 최대 사과 재배 지역 중 하나인 경상북도 영주는 2019년부터 농업 드론을 활용해 방제하고 있다. 기존에는 방제에 하루종일 걸렸다면 드론이 투입되면서는 2~3시간이면 충분했다. 농약도 필요한 구역에만 정밀 살포가 가능해 사용량을 30% 정도 줄일 수 있다. 노동력과 농약은 절감되고, 사과 품질은 안정적으로 고르게 유지되는 효과를 맛보고 있다.
그밖에 블록체인으로는 농산물 생산부터 판매까지 데이터를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은 이력관리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소비자는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 전 세계에 부는 '스마트팜'...네덜란드는 농산물 수출국 2위로 '우뚝'
그렇다면 스마트팜을 농업계에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해외에서는 이미 시작해 성과를 맛보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세계 농산물 수출국 2위다.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네덜란드는 비가 자주 내리고 일조시간이 적어서 농작물의 노지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후다. 그러나 스마트팜인 유리 온실을 이용한 실내 농업으로 수출국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기후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사계절 작물 재배가 가능해졌다.
코트라 해외경제정보드림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스마트팜을 활용하면서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의 수확량을 달성했다. 온실 안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특성에 맞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생육 시기별로 온도와 습도를 조정, 최적의 급수량과 시비량을 공급했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농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에어로팜(AeroFarms)은 2004년 설립된 수직농장 스타트업이다. 수직농장은 물 사용량을 95%까지 줄이고, 비료도 들어가지 않는 고효율 시스템이다. 도시 내 농업 생산이 가능해 물류 비용 역시 감축할 수 있다. 경제와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흥행하자 우리나라도 앞다퉈 스마트팜을 들여왔다. 농식품부에서는 전국 4개소(경북 상주·전북 김제·전남 고흥·경남 밀양 등)에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2018년부터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혁신밸리는 스마트팜 규모화·집적화, 청년창업, 기술혁신 등 생산·교육·연구 기능이 집약된 첨단 융복합 클러스터다.
서울 지하철 4곳(을지로3가역·답십리역·상도역·충정로역 등)에서 운영되는 '메트로팜'도 있다. 서울특별시와 서울교통공사는 팜에이트와 함께 지하철 내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무농약, 무GMO, 무병추해를 실천하면서 채소를 연중 생산·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 막대한 초기 자금, 한계점 지적..."산업 생태계 구축 선행될 필요"
스마트팜의 장점이 분명한 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스마트팜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다.
미국 에어로팜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기업이었지만, 2023년 파산했다. 원인은 비용이다. 수직농장은 규모가 작으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시작부터 큰 규모가 필요하며, 규모에 맞는 첨단 자동화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연구 개발비와 유지보수비 등이 많이 들어간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면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 같은 한계점은 중소농가에서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의 '우리나라 스마트팜 산업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설원예농가의 스마트팜 도입률은 1.48%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유진 한국무역협회 정책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농업구조는 소규모 영세 농가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마트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혁신밸리와 R&D 투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업체들의 대다수가 업력이 길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유진 수석연구원은 "업체들의 애로사항으로 1위가 자본부족이었다"며 "스마트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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