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소배출 전혀 없는 친환경 '게임체인저'…"미래 세대를 위한 모빌리티"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현재 시장 위축…투자 확대 따라 시장 성장 예상
지난달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Clearly Committed: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 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Clearly Committed: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 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올해 들어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프라 부족과 함께 더딘 기술 개발과 양산 등으로 보급률이 낮은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차에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진단한다. 연료 효율성, 계절적 특성, 경제성 등 전기차보다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수소차를 미래 세대를 위한 모빌리티로 점찍고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의 가치는 이런 경제·산업적 영역을 넘어 지구와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수소차가 주행 중 탄소 배출이 전혀 없이 오직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차량으로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가 기후위기 대응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 운송 분야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 수소차 개발의 현재…시장 위축에도 '이니시움' 공개한 현대차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수소차 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의 총판매량은 2382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 30.2%의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은 하락세다.

하락세의 원인은 국내 시장의 수요 감소에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오던 시장 규모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축소하고 있는 탓이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출시한 '넥쏘' 이후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는 이유도 컸다. 이 밖에도 SNE리서치는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불량 수소 사고, 충전 비용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쳐 친환경차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소차 시장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 이니셔티브 등 수소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미국과 중국도 수소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으면서 수소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마크 라인즈(Marklines)는 수소차의 기술, 인프라가 보완될 2030년까지 수소차 시장이 연평균 57.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2030년 수소차 누적 판매대수가 15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 전망에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차 개발을 놓지 않고 있다. 수소차를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수소전기차 '투싼ix35 퓨얼셀'과 '넥쏘', 양산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이끄는 현대차는 오랜 시간 수소차를 개발하면서 역량을 쌓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수소차를 두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층 진보한 수소차의 미래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이 대표적이다.

이니시움에는 현대차가 27년 동안 쌓아온 기술이 집약됐다. 수소차의 가장 핵심인 주행 거리도 확보했다.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구름 저항이 적은 타이어 등으로 6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을 대폭 키워 최대 150kW의 모터 출력도 구현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행보도 이어진다. BMW는 도요타와 수소 동맹을 맺고 오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수소차를 개발 중이다. 혼다는 지난 2월 수소 SUV 차량인 'CR-V e:FCEV'를 공개한 뒤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혼다는 앞서 지난 2021년 수소차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가 이를 뒤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 배터리 이슈 없고 경제성도 높아…"상용이 유리"

업계가 수소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배출 감소 효과와 더불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친환경차로 묶이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차이는 확연하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장거리 주행에도 유리하며, 충전 시간이 짧아 대중교통, 상업용 차량 등에서도 활용이 유망하다. 계절적 특성도 장점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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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겨울철에 강하다. 배터리만을 사용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온도에 민감한 탓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액체 전해질은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굳는다. 이로 인해 내부 저항이 증가하면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영하 6도에서는 일반적인 상온 대비 최대 100km까지 차이가 난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발생한 전기에너지로 구동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20~30% 정도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진다"며 "극단적으로 충전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경제성도 전기차 대비 우수하다. 전기차는 주행가능거리를 늘이기 위해 배터리의 용량을 키우거나 배터리를 얹는 식으로 추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수밖에 없다. 통상 차량용 배터리 가격이 2000만~3000만원대로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배터리 무게에 비해 수소탱크가 가벼운 점도 거론된다. 실제 현대차 넥쏘에 실리는 연료탱크의 무게는 150kg가량이다. 전기차 동력인 배터리는 400kg에서 많게는 500kg까지 나간다. 제네시스 G80의 무게가 1785kg인데 비해 전동화 모델이 2265kg에 달하는 점을 보면 체감된다. 무게가 나가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수소차는 탱크 하나에 40kg이 채 안되는 무게로 경제력이 높다. 배터리보다 가격도 낮아 전기차 대비 경제적이라는 평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작 원가를 따져보면 500kg 미만은 전기차가 저렴한 반면 600kg을 넘어갈 경우 수소차가 훨씬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승용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트럭이나 버스, 롱레인지 등 상용 모델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교수는 "수소차는 상용이 유리하다"며 "트럭이나 버스, 트레일러 등 이들 차량은 차고지에만 충전소를 설치하면 되는 만큼 부담감도 적다"라고 말했다.

수소차 기술과 보급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만큼 전기차와 투웨이 전략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행 거리별로 세분화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교수는 "200~300km 등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가, 그 이상은 수소차가 담당하는 방향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수소경제를 활성화할 촉매제로서 수소차를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소는 전기, 열에너지 등 최종 에너지로의 변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기와 달리 대용량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며, 석유나 가스처럼 에너지가 부족한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탄소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을 수소 중심으로 바꿔 전체 산업 구조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운송, 철강, 정유, 농업,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

한 환경 전문가는 "수소차 활성화가 운송 물류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감소를 가져오는 것과 함께 관련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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