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르면 전세계 스키장 절반 폐업…66년후 겨울은 불과 24일"
국내도 15년새 스키장 6곳 문닫아…이용객·매출도 격감
"환경 넘어 건강 여가 산업 경제 등 복합적 관점서 균형 해결책 강구 필요"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스포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미 온난화 등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일부 스포츠 종목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스키와 스노보드 등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종목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설상, 빙상 등 동계 스포츠를 즐기기가 힘들어지고 산불,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는 지구촌의 스포츠 이벤트의 개최를 방해하고 있다.
◆온난화는 스키·스노보드 등에 위협 요소
국제스키연맹(FIS)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전 세계 166개 경기장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국제대회 616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 가운데 26개가 기상 여건 탓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요한 엘리아쉬(62) FIS 회장은 "기후위기는 분명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은 인류의 큰 문제이지만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 실존적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프랑스·오스트리아 연구진이 유럽 28개국 스키 리조트 2234개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가 있다. 당시 연구는 제설 시설을 쓰지 않는 것을 전제로 두고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오르면 전 세계 리조트의 53%가, 4℃ 오르면 98%가 눈이 부족한 위험에 처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 정보를 반영한 국회 기후위기 시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현재 4년9개월로 가리키고 있다. WMO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두고 "별도의 제설 시설이 없는 유럽내 리조트는 기후변화로 설원에 눈을 공급하는 데 큰 위험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국내 리조트 스키장들도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 17곳에 이르던 스키장은 지난해 초까지 6곳이 폐업 또는 운영을 중단했다.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과 충북 충주 ‘수안보 스키장’, 강원 고성 ‘알프스 스키장', 경기 용인 ‘양지 파인 스키장’, 경기 남양주 ‘스타힐 스키장’, 경남 부산 '스노우캐슬 스키장' 등이 문을 닫았다. 수도권에 남은 스키장은 경기 광주 곤지암과 경기 이천 지산포레스트 2곳 정도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의하면 국내 스키장 이용객 수는 2011~2012시즌 680만 명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탔다. 2020∼2021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140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면서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2020∼2021시즌 매출은 약 376억 원으로, 호황이던 2012∼2013시즌 1739억 원에 비해 크게 추락했다.
엔데믹 시대에 가까워진 2021∼2022시즌 이용객 수는 380만 명으로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겨울철 온난화 등 기후 변화는 스키와 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 종목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 스키 리조트가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는 강원도의 기후 변화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강원지방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대관령의 2월 적설량(5년 평균)은 1985∼1989년 95.74cm에서 1995∼1999년에 52.5cm로 줄어든 데 이어 2005∼2009년에도 30.56cm로 급감했다. 적설량뿐 아니라 눈이 내리는 일수도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관령은 국내에서 적설량이 많은 지역으로 스키장이 위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러한 지역마저 기후 변화로 걱정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제설 과정에서도 악순환 고리 생길 가능성
기후 변화는 스키장의 개장 시기, 영업 일수까지 바꿔놓고 있다. 스키 리조트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에 “2년 전 강원도 내 일부 스키장들이 20년 만에 가장 늦은 12월에 영업을 시작했던 걸로 안다. 보통은 11월 중순이나 하순에 개장을 해왔지만, 온난화 등 기후 변화 탓에 개장 시기를 늦췄다”고 귀띔했다. 적설량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례로 지난 50년간 대관령의 11월 평균 기온은 2℃, 월평균 최저 기온은 1.6℃나 상승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한국은 과거 109년간(1912~2020년)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져왔다. 과거 약 30년(1912~194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2020년)의 봄과 여름 시작일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으며 가을과 겨울 시작일은 각각 9일, 5일 늦어졌다.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최근 30년간 여름은 118일로 약 4개월간 지속되는 가장 긴 계절로 파악됐다.
겨울 시작일은 느려지고, 봄 시작일은 빨라져서 겨울 길이는 점차 짧아지고 있는데 먼 미래인 2090년대는 겨울이 24일에 불과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2020년대 92일에서 무려 68일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또 다른 스키 리조트 관계자는 “보통 경기권과 강원권 스키장이 있으면 강원도 쪽 날씨가 먼저 추워지기 때문에 강원도 쪽 스키장이 먼저 개장을 한다. 다만 해마다 기후 상황을 고려하는데 전체적인 추세로는 인공 눈을 만들기 어렵고 그에 따라 제조 비용도 증가하는 흐름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실 인공 제설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며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동반되는 탓이다. 기후 변화로 사라진 눈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후 변화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스위스 바젤 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해발고도 약 2000m에 위치한 스키장을 약 3개월간 운영하기 위해 인공 눈을 만들 경우 약 3억 리터(ℓ)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피 1㎥의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선 약 400ℓ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물 낭비에서 그치지 않고 제설 기계를 작동시킬 때 화석 연료를 태우는 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문제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앞당겨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프랑스 스키장연합회(DSF)의 연구 결과를 보면 스키장에서 매년 1.6t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제설 기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약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난화가 심해질 경우 설상뿐 아니라 썰매 종목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녹았다가 인공적으로 다시 얼린 얼음은 빙질이 고르지 않아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실내에서 치르는 빙상 종목들의 경우 타격이 덜하지만, 야외에서 하는 썰매 종목 봅슬레이 등은 영향을 받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봅슬레이 선수 출신인 세이 스미스(캐나다)는 "나쁜 빙질은 뇌진탕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온난화로 인한 겨울 스포츠의 위기는 단순히 스포츠의 관점뿐 만 아니라 더 넓고 복합적인 시각인 환경적, 산업적, 문화적, 경제적 관점에서 균형 있게 바라보며 해결책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 교수는 "과거엔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겨울 스포츠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일정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폐강, 폐지되고 있다. 중고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스키 경험을 제대로 쌓지 못하게 되다 보니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자면) 신규 스키어의 진입도 줄어들고 있다.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쇠퇴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조성식 교수는 "여가 생활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 가족, 친구들과 눈 맞으며 즐기는 스키는 오락 기능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들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 모임 등이 점차 줄어들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등에 위치한 스키장의 폐업 또는 운영 중단은 소도시의 경우 내수 부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과 산업, 여가, 경제적 측면 등을 두루 고려한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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