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50년 전세계 에너지수요 18% 수소 담당...3000조원 시장 규모
에너지전환 최종 지향점 수소...핵심 사업으로 수소 낙점
국내 수소 산업, 그레이수소 기반...“그린수소 생산 위한 정부 지원 필요”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내 액화설비 / SK E&S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내 액화설비 / SK E&S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며 현대차, SK, 포스코, HD현대 등 대기업들이 수소경제를 핵심 공략사업으로 삼고 기술개발과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며 미래 에너지의 최종 지향점은 수소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세계 수소사용량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수소 사용량은 2021년 대비 3% 증가한 9500만t으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세계 수소 에너지 기업 모임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전세계 수소경제는 2025년까지 시장 형성기, 2025~2035년 시장 성장기, 2035년부터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형성기에는 299조원, 성장기에는 2344조원의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다.

산업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BNEF(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올해 전세계 수소수요는 9600만t에서 2030년 2억t, 2040년 4억t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50년 수소가 전세계 에너지수요의 18%를 담당하고, 수소경제 시장규모는 연 2조5000억달러(3000조원), 누적 일자리는 3000만개 이상 창출할 것으로 바라봤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 현대차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 현대차

국내 기업들은 우선 수소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기술 역량을 강화해 수소사회 조기전환에 매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준비된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으로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생산모델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협력해 조지아주 새 공장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하고 신공장을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연료전지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내 출하설비 / SK E&S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내 출하설비 / SK E&S

SK그룹은 액화수소 생산,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은 2021년 3월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계획을 발표한 이후,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섬으로써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의 수소 생태계 조성의 첫 성과는 지난 5월 인천에 준공한 연 3만t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플랜트다. 인근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기체 상태의 부생수소를 고순도 수소로 정제 후 냉각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액화수소 3만t은 수소버스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SK E&S는 액화수소 충전 사업도 추진해 전주기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중심으로 전국에 액화수소 충전소 약 40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포스코 HyREX 수소환원제철 개념도 / 포스코
포스코 HyREX 수소환원제철 개념도 / 포스코

포스코는 2020년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수소사업 비전을 선포했다. 전세계 수소 공급망 구축과 핵심기술 개발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50만t, 2050년까지 7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한 그린수소는 친환경 철강제조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적용한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해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포항과 광양지역에 각각 20조원씩 총 40조원을 들여 수소환원제철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HD현대는 2021년 수소경제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그룹의 미래성장 계획 가운데 하나인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은 HD현대 계열사들이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도 연이어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와 수소 혼소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아울러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은 지난 8월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 글로벌 리딩기업 ‘컨비온(Convion)’을 7200만유로에 인수하는 등 수소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은 수소연료전지와 관련된 친환경, 무소음 발전설비와 전력인프라를 구축하고 HD현대건설기계는 업계 최초로 수소 기반중대형 건설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생산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수소 충전소 구축 등을 담당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연간 약 20만t 규모의 수소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HD한국조선해양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이미지 /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이미지 / HD현대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수소 산업은 그레이수소에 기반한 산업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하는 수소로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생산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데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정휘상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연구원은 “한국은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 결과 모빌리티, 수소연료전비 발전소분야 보급률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아직까지 그레이수소에 기반한 산업 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린수소 생산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투입비용 저감방안을 세밀하게 수립함으로써 보조금을 배제한 ‘가격·성능 동등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맞춘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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