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퍼스트 무버’에서 수소차 ‘리딩 컴퍼니’로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정의선 회장에 이르기까지 수소차에 27년을 쏟은 결과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치 앞도 예견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몇 수를 내다본 결과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 전 세계에 현대차의 이름을 새긴 정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과 손잡고 수소차로 다음 세대를 위한 채비에 몰두하고 있다.
◆ 넥쏘에서 이니시움까지…'수소차' 27년 외길
현대차그룹은 지난 27년간 수소차 기술을 연마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소승용차 '넥쏘'를 비롯해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유니버스 FCEV' 등이 현대차의 이름으로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소차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공개해 기술력을 뽐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도요타와 함께 수소차 양대 산맥으로 통한다.
정 회장은 수소차에 있어서는 경쟁이 아닌 합종연횡을 택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잇달아 동맹을 맺으면서 경쟁 아닌 협력으로 방향타를 수정했다. 도요타그룹, GM, 스코다 등이 대표적이다. 격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자 날로 시장을 잠식하는 '패스트 팔로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소식이 들려온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승용·상용차,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생산 등이 골자다. 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가 GM과 이를 활용, 신차를 개발해 양사의 주력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텄다.
◆ 수소차 패권, 다툼 아닌 협력으로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스코다그룹 계열사인 스코다 일렉트릭과는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체코 기반 업체인 스코다는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지역에서 전기버스, 수소버스 등 친환경차와 버스, 트램, 기관차 같은 전기 추진·제어 시스템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 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Clean Mobility)을 전개하고 있는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의 수소 생태계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도요타그룹도 동맹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수소차 부문 최고 경쟁 상대이자 정복해야 할 산으로 꼽히는 도요타와의 동맹이 가시화하면서 업계가 주목했다. 도요타는 수소승용차 '미라이', 수소전기버스 '소라'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모터스포츠로 공감대를 형성한 정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만나면서 이 같은 예측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정 회장은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협력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도요다 회장도 수소와 관련 "경쟁보다는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앞으로도 협력이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수소차 양대 산맥이자 각각 글로벌 자동차 업계 1위와 3위인 도요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동맹이 성사되면 수소차 시장의 파이는 현재보다 커질 전망이다. 이에 현재 전기차가 시장에 자리 잡은 것처럼 수소차도 대중화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수소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만큼 여러 글로벌 업체들과 손잡아 이를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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