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석유화학 업계,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정부,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협의체’ 구성해 지원 계획
“고금리와 업종의 불확실성 지속…정부의 실질적 지원 절실”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며 업계와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며 업계와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롯데케미칼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며 업계와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특수소재) 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 탈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2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 업계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손실은 4177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가장 큰 적자를 보였고,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도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 역시 31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2.7% 줄어든 651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업황이 개선될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 실적 회복세는 미진하고,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마진 수준이 낮아 회복 시그널은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 중국의 경기부양책, 공급 부담 완화 등으로 단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저성장과 중국 증설 부담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2026년 이후 중국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가 실행되면서 공급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신사업을 키우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벗어나 내열성과 유연성이 강화된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고중합도 PVC(폴리염화비닐)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이 제품은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의 소재로 사용될 예정으로 우수한 난연성 덕분에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LG화학은 사업 구조 재편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올해 설비 투자를 4조원에서 3조원 초중반 수준으로 줄이고 기존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특히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내년 설비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등 자산 경량화와 함께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조원이었던 설비 투자를 내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또한 비효율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도 진행 중이다.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기 위해 비핵심 자산들을 매각하면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목표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 결정을 내렸다. 특히 기초화학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다. 대신 기능성 제품, 친환경 그린소재 사업, 양극박과 음극박, 수소에너지 등에 집중해 차별화된 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꾀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특수소재) 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 LG화학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특수소재) 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 LG화학

한화솔루션도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선 케이블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재료인 가교폴리에틸렌(XLPE) 생산을 강화하고 있는 중으로 이 분야에서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61%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북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북미 최대 태양광 제조기지 ‘솔라 허브’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늘어날 북미 지역 태양광 부문에서 사업이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솔라 허브를 이루는 달튼 공장과 카터스빌 공장은 현재 연간 8.4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을 연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카터스빌 공장이 2025년 완공되면 한화큐셀은 북미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 제조 시설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 된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부터 석유화학업계의 성장 둔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돌파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최근 자동차, 타이어 등 전방 시장에서 점진적인 수요 회복세가 관찰되면서 주력인 타이어용 합성고무 사업은 수익성 제고 전략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NB라텍스는 전방의 라텍스 장갑 시장에서 대형 메이커들의 수급 재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기존 의료용 장갑에서 더 넓은 범위로 품질다각화와 기술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도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산업단지 내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원가 절감, 정책 금융 지원 확대, 친환경 제품에 대한 초기 시장 창출 방안 등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협의체’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산업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과잉을 기록하고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과 중동 국가들의 추가 진출로 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며 “고금리와 업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의 인센티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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