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40년 세계 4위 규모 성장 전망
민간보다 정부 주도 효과적…“시장 확대 조건은 해상풍력특별법 통과”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전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태양광은 주민민원,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는 데 비해, 부유식 해상풍력은 육지에서 수십km 떨어진 곳에 설치돼 민원이 생기지 않고 대형화를 통해 고정식보다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터빈을 해저 지반에 기초구조물 위에 설치하는 고정식과 달리 바다에 떠 있는 부유체에 터빈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수심 50m 이상 되는 곳에도 설치가 가능해 고정식에 비해 입지제약이 적다고 평가받는다. 고정식은 하부구조물을 해저면에 고정, 설치해 수심이 깊어지면 설치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비해 부유식은 계류시스템을 통해 하부구조물이 해상에서 부유상태로 설치돼 깊은 수심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또 먼 바다의 강한 바람을 이용해 발전효율을 높이고 입지제약이 자유로운 만큼 대단지 설치도 가능한 장점을 갖췄다.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의 잠재량은 13TW(테라와트)로 전망된다. 2023년 기준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규모는 244GW(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재 초기 단계 175GW, 계획 중이거나 임대 계약 체결 단계 68GW, 승인됐거나 공사 전 단계 576MW(메가와트), 공사 단계 46MW다.
BNEF(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체 해상풍력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 미만이지만 2040년에는 11%에 이를 전망이다. DNV(노르웨이선급협회)는 부유식 해상풍력 비용이 2023년 MWh(메가와트시) 당 200달러에서 2050년 MWh 당 67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BNEF에 따르면 한국은 2040년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전세계 4위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13.6GW 규모의 프로젝트가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상황으로, 6.2GW 규모의 프로젝트는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확대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곳은 지자체와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지자체는 울산시가, 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HD현대중공업 등이 꼽힌다.
울산시는 2031년까지 6.2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발전단지는 울산시로부터 60㎞ 이상 떨어진 동쪽 배타적 경제수역에 조성하는 단지로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KPMG 조사에 따르면,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은 2019~2059년까지 65조2475억원의 국내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7조619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27만2811명의 고용 유발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2005년부터 출발한 풍력사업에서 누적 수주액 1조원을 넘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지멘스가메사, 에퀴노르와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3.3MW, 5.5MW, 8MW급 풍력발전기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상풍력 공급, 운영 실적을 갖고 있다.
대우건설은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해상풍력 기업 모노베이스윈드(MBW)와 개발한 15MW급 부유체 모델이 국제인증기관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부유식 해상풍력 자체 모델로는 국대 최대급이다. 무게중심을 낮춰 동해의 극한 환경(최대 풍속 61m/s, 최대파고 11.5m)에서도 부유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11월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연계 수소생산 기술개발을 완료하는 데 이어 2026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20MW+급 초대형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 설계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독자 모델을 연이어 개발하고 있다.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등 다수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며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부유체를 대형화시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10MW급 부유체를 개발한 데 이어 최근 15MW와 18MW급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발전용량이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해상풍력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이 지자체와 기업들이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규모에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해상풍력 개발이 민간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적정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해상풍력 개발은 민간이 부지 선정부터 개발 완료까지 해상풍력 개발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보니 주민수용성이 저하되고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적정 부지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주도로 추진할 수 있게 해 해상풍력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해상풍력 특별법이 시급히 통과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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