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령층 걸쳐 다른 나라보다 기후변화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한국인들은 전쟁이나 이민 등 다른 문제보다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에 대한 10개국 시민 인식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자동화, 세계화, 이민, 전쟁과 같은 문제보다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에 관해서는 한국인의 7%만이 매우 걱정된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55%가 매우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코펜하겐경영대학원, 토리노공과대, 서섹스대, 로스킬레대 등과 함께 한국,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미국, 스웨덴,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등 10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주요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고혜진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의 인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전체 2만1862명으로 이중 한국인은 2004명이다.
한국인들은 전연령층에 걸쳐 다른 나라보다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10개국 시민의 연령별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은 전연령에서 70%가 넘는 인원이 기후변화가 걱정되거나 매우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이해 반해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미국, 스웨덴, 영국, 폴란드, 핀란드 국민들은 70% 이하를 기록했다.
고 부연구위원은 “같은 반도 국가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 이탈리아인들보다 한국인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사회 변화에 대한 우려 중 전쟁이 기후변화 다음으로 꼽힌 점은 특이할만한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18~34세, 35~55세, 55세 이상 전연령은 전쟁을 두번째 사회변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자동화와 세계화, 이민 이슈가 뒤를 이었다.
고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더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령층이 기후변화도 상당한 위협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전쟁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제 한국인들도 기후위기를 직접 체험하고 있어 더는 기후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후위기의 가장 두드러진 전세계적 현상 중 하나는 폭염으로 한국도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경신했다. 올해 7월 22일은 1940년부터 지금까지 지구 평균 대기온도가 가장 높은 날로 17.15℃를 기록했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도 올해 6~8월이었다.
한국 폭염도 연이은 경신 행진이었다. 한국의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 23.7℃보다 1.9℃ 높았다. 또 열대야의 발생일수는 전국에서 20.2일을 기록하며, 평년 6.5일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인들은 연령이 높을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컸다는 것이다. 18~34세, 35~55세, 55세 이상으로 갈수록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비중이 높았고, 이중 55세 이상이 기후변화를 매우 걱정한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한국인들은 탄소감축 정책,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소비 감축 등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줄일 수 있는 연간 소비량에 대한 질문에 한국인의 18%는 연간 소비량의 18%를 감축할 수 있다고 답해 이탈리아(40.6%), 영국(40.3%)에 이어 많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소비량의 15%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54.9%로 이탈리아(57.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한국은 고령자들이 연간 소비량을 줄이는 데 더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은 눈에 띈다. 이탈리아에서는 18~34세 연령층의 60.9%, 55세 이상의 56.4%가 연간 15% 이상 소비를 감축할 수 있다고 응답한 데 비해 한국은 55세 이상 60.9%가 그만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18~34세 연령층의 응답률은 47.5%였다.
고 부연구위원은 “한국인들의 높은 기후변화 인식 수준과 소비 감축 의지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책 마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모든 세대가 고령자들의 책임을 강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과 달리 고령자들 스스로도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성세대의 책임을 크게 느끼고 변화 노력에 적극적인 점은 기후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긍정적인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관련기사
- [1.5℃ HOW] 2024년 G20 기후·환경 장관 회의 개최..."플라스틱 협약 연내 성사 협력"
- [1.5℃ HOW] 한은 기후 정책, G20 中 16위..."지난 평가비 3단계↓"
- [1.5℃ HOW]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7년 만에 갱신
- [지구의 경고 1.5℃] 삼성 RE100 이행률 해외선 97%, 국내선 9%인 이유
- [1.5℃ HOW] 환경부-한국환경公, ‘제2차 환경 부문 국제감축추진협의회’ 개최
- [1.5℃ HOW]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인 CCS..."넷제로 방해"
- [1.5℃ HOW] 전 세계 탄소 배출량, 2024년 '정점' 도달할 가능성 있으나...
- [1.5℃ HOW] 英, '142년 석탄 역사' 마감...국내 시민단체 "우리도 서둘러야"
- [1.5℃ HOW] '시속 225km' 허리케인 발생률, 지구온난화로 2.5배 높아졌다
- [1.5℃ HOW] 수소시대 성큼…미래 먹거리 수소에 공들이는 기업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