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와 실명까지 공개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의료 공백 상황으로 인한 응급실 대란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 기록소(아카이브) 형태의 한 사이트에 '응급실 부역'이라는 제목으로 각 병원별 추석 연휴 기간 근무하는 의사들로 추정되는 인원 수와 실명이 공개됐다.
이 사이트는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운영되며 매주 의료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이트에는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며 비꼬는 글도 게재돼 있다.
특히 이번에는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며 추석 연휴 동안 파견된 군의관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정부는 지난 4일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을 중심으로 군의관 15명을 파견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의관 중 일부는 응급실 진료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며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파견된 군의관이나 공보의의 실명과 함께 파견 지원 혹은 연장 희망 사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명단에는 "당직 서며 응급실 정상화 위해 노력 중", "8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쓸모 없다'고 판단돼 대체자 없이 지자체로 복귀한 와중에 유일하게 병원에서 쓸모를 인정받아 1개월 더 연장한 정말 감사한 선생님입니다" 등의 설명이 달렸다.
보건복지부 측은 "해당 사이트는 전에도 있었던 사이트로 이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적 있다"며 "응급실 근무 군의관 등에 대한 신상정보가 악의적으로 추가된 만큼 경찰에 관련 내용을 알리고 수사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4일 군의관 15명을 배치한 것에 이어 이날까지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응급실에 추가로 배치되는 군의관과 공보의에 대한 심리적 위축을 유발하는 리스트의 등장에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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