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연이은 논란 만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후 ‘혼외자’ 문제와 ‘복장 및 휴게 규제’로 인한 임직원 불만 등 연달아 잡음을 일으키면서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미국 출시 등 글로벌 사업 확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서 회장이 임기 2년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제약바이오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 회장의 혼외자 2명이 법적 자녀로서 호적에 등재됐다.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해 6월 조정 성립에 따라 서 회장에게 20대와 10대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서 회장은 배우자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과 사이에 서진석(39)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 서준석(36)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법원에 판단에 따라 두 딸의 친모 조모(57)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 ▲서린홀딩스(의료·화장품·건강식품 제조 및 판매업) ▲서원디앤디(건설, 부동산 개발 및 임대, 인테리어)는 각각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내역’을 통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를 기존 7개에서 9개로 발표했다. 변동 내역에 명시된 추가 이유는 ‘기타’였지만, 두 딸이 법적 자녀로 인정받으면서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는 친인척 소유 회사로 분류, 계열사로 편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정진 회장, 혼외자의 생모 조 씨 고소…왜?
서 회장은 혼외자의 생모 조 씨를 공갈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지금까지 장기간에 걸쳐 조 대표가 요구하는대로 약 288억원을 보냈다”며 “2018년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보낸 143억원은 공갈죄에 해당하는 증거가 있다고 판단해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씨가 서 회장에게 여러 방법으로 돈을 요구했다”면서 “최근에는 서 회장 소유의 저택, 건물 등을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대략 200억원 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협박을 당한 시점은 조 씨가 3월 말 25억원을 서 회장에게 받아간 뒤인 4월 중순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2012년부터 두 사람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한다”며 “우리는 이때부터 조 씨와 그의 내연남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또 “조 씨의 온 가족이 인질이 됐다. 자신의 친모를 회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게 하고 아이들도 인질이다”며 “서 회장 본인도 도저히 못 견디겠고,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조 씨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해 고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KBS는 조 씨가 지난 2001년 7월 처음 서 회장을 만나 두 딸을 낳았으며, 사위 노릇을 했다는 주장을 지난 2일 보도했다.
또한 자신과의 관계가 파탄 난 2012년 이후 서 회장이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둘째 딸은 11년간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매달 네 번 만나고, 두 번은 전화해 달라며 지난해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 면접교섭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서정진 회장 외도, 경영권 분쟁 씨앗되나
가장 큰 문제는 서 회장의 외도가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업 총수의 사생활 논란은 그 자체로 ‘오너 리스크’가 될 수 있는데, 두 딸은 법적으로 상속 재산을 나눠가질 수 있는 지위여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은 약 98%다. 그의 배우자와 두 아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딸의 법정 상속분은 36%가량이다. 만약 서 회장이 거부하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통해 그 절반은 요구할 수 있다.
즉 도덕성 문제와 법정 다툼으로 회사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자칫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 복귀 후 임직원과 갈등…조직문화 역행
서 회장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경영 복귀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고압적 자세로 직원들의 복장·휴식시간 규제 등에 관여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직원들에게 로고가 큰 티와 라운드티, 화려한 운동화, 청바지 등을 금지하며 검정 운동화만을 착용해야 한다는 복장규제 방침을 세웠다.
또 점심시간 종료 10분 전 자리 착석 및 근무시간에 카페테리아 금지, 개인전화 금지 등도 추가로 공지했다.
셀트리온그룹 복장·휴식시간 규제 관련 글 작성자는 “(서 회장이 직원에게) ‘내가 너네 먹여 살리는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좀 해라. 당장 다음날부터 복장을 바꾸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복장·휴식시간 규제 관련 글 이후 “놀랍게도 회장님은 언더아머 티 입고 아들은 크록스 신고 왔다. 현타 온다”, “그나마 있던 애사심도 사라진다” 등 셀트리온 사원들의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차남 서준석, 최근 실종 소동…오너가 리스크 점입가경
서 회장뿐 아니라 차남도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서 의장은 지난 2월 실종됐다가 2시간 만에 발견됐다. 신고자는 그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경찰 따르면 서 의장 가족은 당시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데 신변 위험이 우려된다”고 신고했으며, 서울 마포서는 관할인 인천 연수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서 의장은 사건 접수 2시간여만인 같은 날 오후 3시 24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인근 호텔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위험하다”고 알렸다.
서 의장은 당시 정서적 불안 증상을 보이며 병원 치료를 희망했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범죄 관련) 특이사항이 없고, 실종자 신원이 확인돼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그룹은 창업주인 서 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유플라이마 미국 출시를 비롯한 복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허가, 램시마SC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변경, 미국 직판 체제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을 정도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면서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에서 오너 리스크는 뇌관인 셈이고, 만약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회사와 주주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