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공식 발표 예정...수입쿼터도 절반 감축
中 견제·대미 후속 협상 ‘지렛대’ 활용 포석
철강업계 후폭풍 우려...수출 1위 시장 요동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다수의 악재에 처한 국내 철강업계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다. 한국의 최대 철강 제품 수출 시장인 유럽연합(EU)이 미국·캐나다와 발맞춰 철강 수입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수입산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무관세가 적용 중인 철강 수입쿼터 물량은 현행보다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철강 부문 관련 새 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EU 역내 철강 단체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철강 수입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25%에서 두 배 인상된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수입 쿼터 소진 물량부터 적용되는 관세율이 현행 25%에서 인상되고 현재 50%를 부과하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정책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지난 2018년부터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세이프가드(Safeguard)’ 제도를 도입·시행해 왔다. 세이프가드는 철강 제품 26종에 국가별 수입 쿼터(할당량)를 설정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세이프가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종료되고 7일 발표될 패키지의 내용이 EU의 새로운 철강 관세 제도에 적용될 전망이다.
EU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으로 유럽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다며 고율 관세와 수입제한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여기에 올해 6월부터 미국의 50% 철강 품목관세가 추가됐고 캐나다도 지난 7월 쿼터를 넘어서는 외국산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EU가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관세 인상, 수입쿼터 축소 등도 사실상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조치가 EU에서 미국의 기조에 맞춰 수입산 철강 제품에 50% 관세를 도입한 뒤 이를 유럽산 철강 관세를 인하하기 위한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재 EU도 철강 수출품에 대해 미국의 50% 품목관세를 적용받지만 EU·미국 무역합의 공동성명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저율관세할당(TRQ) 해법' 도입 가능성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과 현재 진행 중인 후속 협상에서 미 측에 유럽산 철강에 대해서는 TRQ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새로 추진하려는 철강 보호무역 조치가 현실화하면 한국도 직접 영향권에 들어 철강업계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2836억원)로 단일 국가 기준 1위 수출시장인 미국(43억4700만달러)보다 더 많았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도 미국을 뛰어넘고 있어 EU는 한국의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유럽으로 수출된 철강 물량은 381만톤으로 미국(281만톤)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철강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쿼터제도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그나마 비용 부담이 미국보다 덜 하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EU에서 곧 실행하려는 수입쿼터의 감소는 수출량이 많은 한국 철강사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EU가 한국에 할당한 수출 물량은 약 264만톤으로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쿼터가 줄어들고 관세가 늘어날 경우 국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공식 발표를 봐야겠지만 실제로 관세 50%에 수입쿼터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EU까지 50% 관세 장벽을 세우면 한국 철강 수출의 1·2위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게 된다”며 “정부 차원의 통상 협상과 업계의 비용구조 개선, 시장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