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이달 초 유럽연합(EU)이 수입산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무관세가 적용 중인 철강 수입쿼터 물량은 현행보다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EU의 이번 조치가 당장 시행되지는 않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는 정부와 함께 EU 측을 설득하며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EU가 이번 조치를 단행한다면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작년 기준 연간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6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시행 종료를 앞두고 발표된 이번 조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한 제3국에 모두 적용된다.

EU는 수입 철강에 대해 글로벌 쿼터를 부여해 어느 국가 제품이건 쿼터를 먼저 선점하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자칫 한국이 적용받는 수출 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글로벌 쿼터 역시 축소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381만톤의 철강 제품을 EU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264만톤(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은 한국에 부과된 쿼터를 통해 나머지 물량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수출 전선에 지장을 받는 국내 철강업계는 EU의 이 같은 발표에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50%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업계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EU마저 쿼터를 축소하고 관세 장벽을 50%까지 높인다면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미국이 지난 3월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기존의 무관세 수입 쿼터(한국은 연 263만톤)를 폐지하고 품목 관세를 25%에서 50%까지 높이면서 올해 한국의 철강 수출은 4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실제 대미 철강 수출은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한 데 이어 6월 -8.2%, 7월 -3%, 8월 -15.4% 등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는 EU 집행위가 국가별 수입 쿼터를 향후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고 글로벌 쿼터 활용을 통해 EU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후속 조치안의 경우 세부 운영 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추후 이행법안 등을 면밀히 살펴 대응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정부 관계 부처 및 철강협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 역시 이날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면서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