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철강사 2분기 매출·영업익 하락세...일부는 적자전환
관세 50% 유지시 美 수출 불가능..."전기료 감면해야“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 50%가 계속 유지됨에 따라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국내외 수요 부진,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 등과 같은 3중고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들은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의 관세율이 15%로 대폭 하향 조정된 것과 대조적으로 철강 제품은 품목 관세 50%에서 변동이 없는 상황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고조와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포스코, 동국제강, 동국씨엠, 세아베스틸 등 주요 철강사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부분 하락하거나 적자 전환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자신의 SNS 엑스(X) 계정에 올린 글에서 50%로 설정된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관세의 경우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2018년부터 적용받던 연 263만톤 규모의 대미 수출 무관세 쿼터가 폐지돼 관세가 0%에서 50%로 급등하면 미국 철강사보다 더 비싼 가격에 공급하게 돼 원론적으로는 수출을 못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철강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로서도 미국 현지 가격 경쟁력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만 수출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다른 제품군 수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는 미국발 50% 관세 부과가 계속되면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더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할 장치를 마련했다.
한국도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가동은 2029년 이후로 예상돼 일본보다도 5년가량 뒤처진다.
EU와 비교해도 그동안 한국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였지만 이제는 ‘무관세 쿼터’라는 갑옷이 해제된 상태라 EU와 동일 출발 선상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에 15%의 관세가 붙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우려한 자동차업계가 원자재 공급처인 철강업계에도 가격 인하 부담을 전가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는 5월부터 적용된 50% 관세에 따른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3억27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60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17조5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고, 순이익은 840억원으로 84.6% 줄었다.
철강 부문에서는 포스코 실적이 매출 8조947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3.6% 감소했다. 해외 철강 부문도 매출 4조9920억원으로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환율에 따른 수출 가격 하락에도 내수 가격 상승, 원료비 하락 및 비용 절감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513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철강 부문도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보다 4배 늘었다.
동국제강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8937억원, 영업이익 299억원, 순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1분기) 대비 각각 23.2%, 603.1%, 274.6% 상승했으나 지난해 2분기와 견줘 보면 각각 5.0%, 26.1%, 60.3%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 동국제강의 매출은 1조6192억원, 영업이익 342억원, 순이익 11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3%, 63.3%, 77.8% 하락한 수치다.
동국씨엠의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5018억원, 영업손실 150억원, 순손실 276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4.7%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2024년 2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0.8%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2분기 누적 실적도 타격이 컸다. 상반기 기준 매출 1조284억원, 영업이익 1억원, 순손실 1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8.1% 줄었고 영업이익도 99.9% 하락했다. 당기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세아베스틸도 2분기 개별 기준 매출 541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20억원으로 50.4% 줄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나 전기료 감면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만큼 한미 정상 회담을 전후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산업 전문가는 ”철강 관세 50%는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크다"면서 "기업들의 자율성을 중시하면서 국익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만들어가는 것이 남은 2주 동안의 과제"라고 제언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