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셧다운·중기사업부 매각 등 전방위 구조조정
동국제강 현대IFC 인수 검토·DKSM 컬러 강판 고도화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간 무역 갈등, 국내 건설 경기 부진,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등 역대급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은 신소재 개발 및 수요처 다변화, 저수익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각기 다른 전략의 수립을 통해 업황 악화의 파고를 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눈 앞에 도사리고 있는 대외적 악재가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는 헝다그룹이 사실상 파산해 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철근, 봉형강 등 현지 철강 회사들의 생산 물량을 자국에서 소화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저가 봉형강이나 강관 등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로 급속히 유입되는 상황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0시(현지시간)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유럽연합(EU)도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어서 철강업계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탄소 집약적 6개 품목 제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하고 EU 측 수입업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내년부터는 배출량 측정값에 대한 3자 검증과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제출 의무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와 EU 지역 수출 기업들은 CBAM을 사실상 관세로 인식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철강업계는 만성적 공급과잉 속에서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침체가 2년 이상 장기화 됐고 하절기 산업용 전기료 할증과 원료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까지 더해진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주요 철강사들은 각각 회사별 현실과 상황에 적합한 자구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포스코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해양 방산분야에 적용하는 수요처 다변화 전략을 병행 구사하고 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고망간강'을 함정 건조에 사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망간강은 고강도·내마모성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시킨 철강 소재다.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을 위한 터미널과 충전소, 운송을 위한 운반선 등 각 밸류 체인에 사용되고 있다. 또 비자성(非磁性) 특성을 가진 강재로 기존 함정에서 필요했던 ‘탈자(자기 제거)’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뢰(자성에 반응하는 해상 폭탄) 부설이나 수거 작업 시 함정의 피격에 의한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망간강은 일반 선급강 대비 강도가 약 10% 높아 외부 충격이나 폭발에도 선체가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선체 경량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미래 첨단함정 신소재 개발 및 실선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은 민간 부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고망간강을 해군 함정 선체에 최초로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목표로 체결됐다. 이를 통해 조선 분야에서는 LNG연료 탱크용으로만 사용해 온 고망간강의 용도를 방산까지 확대 적용해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사장 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매출의 83%가 수출이 아닌 내수에서 발생한다는 태생적 한계를 저수익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이란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을 타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해 4월 창사 후 처음으로 인천 철근공장 가동도 한 달간 중단했으며 3월부터 희망퇴직, 임원 급여 20% 삭감 등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후 아직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를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1986년부터 39년 간 굴착기, 불도저, 트랙로더 등 건설 중장비의 주행 부품(무한궤도) 생산을 담당해 온 중기사업부는 연산 20만톤 규모로 국내 대기업 중 제작 현장을 보유한 회사는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실제 최근 현대제철의 중기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65% 감소했다. 중기 제품이 세밀한 수작업 공정을 요하는 노동 집약형 제품인 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어 중국산 저가 상품에 밀려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와 중국 저가 제품 대비 경쟁력 상실로 구조적 한계를 맞았다"며 "철강 부문의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고용 안정을 위해 중기사업부 매각 진행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기사업부가 매각돼도 근로자들을 보호하고자 전환 배치를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동국제강 역시 다음 달부터 8월 사이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모두 중단한다. 인천공장은 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전기로 2기와 압연라인 2기를 갖추고 있는 이 공장은 연간 철근 220만톤의 생산이 가능하다.
동국제강은 한계 원가 이하의 가격이 형성된 비우호적 시장 환경 속에서 생산자 측이 판매량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지속할 경우 공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단일 공장 기준 국내 최대 생산자로서 책임 의식을 갖고 이번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급망 안정 및 전방 산업 상생을 위해 사전 계약 물량은 보유 재고를 활용해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라며 “8월 시장 상황 추이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향후 수익성 방어와 안정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현대제철의 100% 자회사인 현대IFC를 인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조선용 단조·단강 제품 제작을 주 업종으로 하는 현대IFC 매각가는 25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또 냉연 철강재 가공·판매를 담당하는 멕시코 계열사 DKSM은 원가 경쟁력 확보와 품질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고부가가치 컬러 강판 판매 확대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사업 영역 확장 및 위기의 정면 돌파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