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베선트 재무장관, 조선업 자급자족할 핵심 산업 강조
수십년 방치 지적...반도체 다음 지분 인수 산업 물망
업계 “기업 경영 간섭·국가 핵심기술 보호 체계 구멍”
“지분 확보...선박 수주·매출 증가·공급망 강화 순기능”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연합뉴스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다음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 분야로 조선업을 지목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조선 기업 지분 인수 시도가 현실화할 경우 관련 산업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등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엔비디아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논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조선업(shipbuilding)처럼 우리가 재편하고 있는 다른 산업 분야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산업들은 미국이 자급자족해야 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그동안 수십 년간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의 입에서 나온 조선업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지분 확보 가능성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마스가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한국은 7월 30일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조선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 3사 등은 1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인텔의 사례처럼 지원을 이유로 지분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조선업에 적용할 경우 국내 기업의 투자나 경영권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된 것은 아닌 만큼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정부가 국내 조선 3사가 투자한 현지 법인이나 합작사의 지분 확보에 나설 경우 자국 내 고용 확대와 생산을 명분으로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영상 리스크 발생 우려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미 당국의 전략적 지분 확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한국 조선산업에 다수의 법·제도적인 상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경영 자율성 훼손이 대표적이다. 특정 국가의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할 경우 기업의 투자·운영 의사결정이 상업적 논리보다 정치·외교적 목적에 종속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 경영진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불리한 조건의 지분 매각이나 기술 이전을 강요받는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업무상 배임 또는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내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 및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따르면 방위산업과 직결된 조선 분야는 해외 지분 투자 및 기술 이전이 제한된다.

미국 정부의 지분 확보는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와 승인이 필수적이며 (한국 산업부의) 승인 거부 시 한미 양국 간 협력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조선업이 함정 건조 등 방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할 경우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서 안보·전략적인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한국 기업의 독립적 경영권과 국가 핵심 기술 보호 체계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당국의 지분 인수 현실화 가능성이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도래시킬 것으로 전망되지만 순기능이 아예 없지는 않다. 미국에 투자한 국내 조선 기업에 미국 정부의 지분이 들어가면 미국 상선, 군함 등의 수주가 수월해져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확보된다는 반론도 있다. 다년 계약 등을 통한 매출 증가, 한미 공급망 결합 강화 등도 기대효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사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데에 대부분의 전문가, 업계 종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국 조선사에 대한 미국의 지분 인수 가능성을 실제로 논의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유난히 ‘변덕스러운 스타일’을 고려하면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 당국의 전략적 개입은 기회이자 리스크”라며 “무조건 퍼주기 식의 지원이 아닌 경영권과 기술 보호, 소수 주주의 권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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