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조합 2곳, 자본은 작은데 보증할 돈은 많아
한상공 최대주주 보람그룹…‘셀프 보증’?
웅진프리드라이프는 협회 가입했으나 조합 미참여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상조회사는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하거나 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을 체결해서 따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 보상 제도를 통해 소비자는 상조업체가 폐업하더라도 그동안 납입한 회비의 절반을 은행이나 조합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현재 조합과 협회는 각각 둘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조합의 감사보고서 공시가 의무가 아니라서 상조회사들이 맡긴 선수금이 제대로 보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출자금도 크지 않아 수조원대의 보증을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0년 할부거래법이 개정된 후 상조업이 제도권에 포함됐다. 이후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이 같은 해 9월 출범했다. 또 각 공제조합에 가입한 상조회사들을 중심으로 2020년 한국상조산업협회와 2021년 대한상조산업협회가 설립됐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웅진프리드라이프가 주도해 설립했고, 대한상조산업협회는 업계 2위 보람상조가 설립을 주도했다.
반면 교원라이프, 더케이예다함, 늘곁애라이프온, 평화누리 등은 협회와 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는 4개 회사의 최대주주와 재무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신뢰 약한 협회·조합…둘로 갈라지고, 가입률 저조
협회와 조합은 일명 ‘보람파’와 ‘프리드파’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출범 당시부터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신뢰도도 높지 않고 가입률도 저조하다.
올해 2분기 기준 76개사 중 31개사만 상조협회에 가입했고, 34개사만이 공제조합의 보증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회사는 은행의 보증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협회와 공제조합이 업계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웅진프리드라이프와 교원라이프, 더케이예다함은 협회에 가입돼 있지만, 조합에는 출자하지 않았다. 3개 회사 모두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고 주주가 든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자한 상조회사가 예치한 자금도 상당해서 외견상 보증에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회사가 예치한 자금은 다른 부실 상조회사 보증에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관련해서 피해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고, 상조회사가 폐업해서 발생한 보증 손실은 고스란히 공제조합의 자본 손실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2022년 등록취소된 한강라이프는 선수금(1443억원) 대비 총자산(756억원)이 적었고, 무형자산과 장기선급비용을 제외한 실질자산은 397억원 규모였다. ‘내 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있어 모든 가입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공제조합에서 50%를 보상해 줬다면, 324억원의 보증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폐업한 위드라이프그룹 역시 선수금(494억원) 대비 총자산(228억원)이 절반에 불과했다. 실질자산은 91억원 수준었다. 내 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있으나, 50%를 보상해 줬다면 156억원의 보증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상조회사 1~2개가 폐업하거나 등록취소 된다고 해서 공제조합이 보증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을 닫은 회사에도 건질 자산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보증 한도 50% 중 일부분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웅진프리드라이프나 보람상조처럼 대형 상조업체가 폐업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형 상조회사는 선수금 규모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데 현금화가 불가능한 자산이 많기 때문에 회사의 실질자산이 중요하다.
3대 상조회사 중 하나인 보람그룹의 보람상조라이프의 경우 선수금 대비 실질자산 비중이 46% 수준이라 추가적인 부실이나 자산운용의 실패가 있다면, 한국상조공제조합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출자금 규모가 선수금보다 작아 제대로 된 보증 가능성 여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출자금은 304억원, 상조보증공제조합의 출자금은 1341억원으로 추정된다.
상조보증공제조합 관계자는 “상조회사가 조합에서 정한 비율만큼 선수금을 예치하고 위험을 조합과 회사가 함께 분담하고 있다”며 “폐업 회사에 대한 보상금 지급 후에는 해당 회사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자산을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제조합의 보증 가능 여부와 관련해서 “보증 여력은 상조회사가 선수금 예치를 많이 할수록 커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조산업협회&한국상조공제조합…보람상조 영향력 ‘절대적’
대한상조산업협회(대상협)와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은 보람그룹 주도로 설립, 최대 출자자다. 한상공 출자금은 총 306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보람상조의 출자 비율이 무려 57%를 차지했다.
보람그룹의 8개 상조회사와 제이케이, 대노복지사업단, 현대에스라이프, 크리스찬상조, 유토피아퓨처 등 16개사가 대상협에 가입돼 있고, 18개사가 한상공과 선수금 공제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상협에는 2022년 등록취소된 케이비라이프가 여전히 회원사로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고 지난해 폐업한 위드라이프그룹도 그대로 있다.
한상공은 논란도 많다. 지난 2017년, 박제현 한상공 이사장이 고액 보수를 받은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상조업 공제조합 감사보고서 및 이사장 보수내역 자료에 따르면, 29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박 이사장은 연봉 1억6800만원, 경영활동수당 3000만원, 성과급 3000만원 등 총 2억2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박 이사장이 같은 해 조합 교육훈련비로 책정된 예산 1000만원 중 800만원을 개인 교육비로 사용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로 드러났다. 당시 실제 집행된 교육훈련비는 약 883만원으로, 예산의 약 90%가 박 이사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출범 목적인 소비자 피해보상에는 소홀했다. 한상공은 당시 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상조업체 31곳에 대한 피해자 29만2595명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했으나, 고작 17만19명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해 보상율이 58.1%에 그쳤다. 또한 1553억여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이중 410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보상을 종료하기도 했다.
‘셀프 보증’ 이슈도 있다. 한상공은 보람그룹이 설립한 자회사인데, 자회사가 최대주주를 보증하는 형태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상조산업협회&상조보증공제조합…‘업계 1위’ 프리드 중심
한국상조산업협회(한상협)과 상조보증공제조합(공제조합)은 웅진프리드라이프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조합 출자금은 총 1341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부모사랑이 21.7%로 가장 많이 출자했다. 대장 격인 프리드라이프는 협회에 가입했으나 조합에 출자하진 않았다.
한상협에는 대명스테이션(대명아임레디)과 부모사랑, 더피플라이프, 효원상조, 에스제이산림조합상조 등 총 15개사가 가입돼 있고, 16개사가 공제조합과 선수금 공제계약을 맺었다.
공제조합 역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신동구 이사장은 연봉 1억5000만원, 경영활동수당 1800만원, 상여금 1000만원으로 총 1억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당시 조합은 11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신 이사장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했다.
또 지난 2021년 임기가 끝난 이병주 이사장이 3개월 넘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공모절차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공제조합은 “조합사들이 상조업체의 공인인증 등 현안이 이어지면서 이 업무에 특화된 이병주 이사장의 임기 연장을 원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상공은 최대주주가 보증을 받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공제조합은 대장인 웅진프리드라이프가 빠져있다"며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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