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2조6620억 운용...자산엔 무형자산·선급비용 비중高
고배당 이어간 VIG...웅진도 ‘투자 회수’ 압박 가능성
2년 연속 당기순이익 초과 배당...부채비율 상승세
해약 시 손해는 소비자 몫...해약순이익으로 101억 챙겨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이채연 기자] 최근 웅진그룹이 인수한 상조업계 1위 업체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재무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조6000억원대 선수금을 운용하지만, 자산에는 무형자산·장기선급비용 등 현금화가 어려운 항목의 비중이 높다. 고배당 기조도 이어져 고객 부금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웅진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이를 메우기 위한 고배당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해약 시 손실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인 만큼 ‘재무 불안→배당 우선→소비자 피해’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웅진의 ‘빚 많은 인수’...프리드라이프, 투자 회수 통로 ‘우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웅진의 종속회사 WJ라이프(SPC)는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갖고 있던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의 지분 99.77%를 8879억원에 인수했다.
웅진은 WJ라이프홀딩스와 WJ라이프라는 2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웠다. WJ라이프홀딩스가 자본을 대고, 그 자회사인 WJ라이프가 DB증권 등 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인수자금까지 합쳐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는 구조다.
웅진이 WJ라이프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WJ라이프홀딩스가 WJ라이프 100%를 보유했다. WJ라이프는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보유하게 돼 ‘웅진→WJ라이프홀딩스→WJ라이프→프리드라이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프리드라이프 인수 자금 중 약 6000억원을 DB증권 등 기관으로부터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고, 나머지는 영구채와 주식 지분을 담보로 마련하는 등 인수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빚으로 충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도 야기한다.
웅진은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이어 WJ라이프홀딩스 1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웅진이 WJ라이프 205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해 잔금을 마련했다. 유상증자 자금은 렉스필드CC 등 부동산을 담보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웅진이 총 3050억원의 자금을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하여 SPC의 자본금을 형성했고, DB증권 등 기관으로부터 약 6000억원을 차입금 형태로 조달했다. 약 9000억원의 조달 자금은 사실상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데, 연간 500억원 내외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이 75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 관련 이자 상환을 위해 웅진프리드라이프는 고배당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의 고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웅진에 고가 매각하면서 이익을 챙겼다. 프리드라이프는 2023년 700억원의 배당금 지출이 있었고, 이어 지난해에는 57% 늘어난 1100억원을 배당금 지출로 썼다. 지난 2022년만 해도 배당금 지출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웅진의 자체 재무구조는 우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400% 내외를 지속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겨우 커버하는 수준인데 지난 2년간은 무형자산손상차손도 커 당기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2023년 248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후 지난해 52억원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자비용 커버리지가 1배 내외로 프리드라이프 인수와 관련한 금융비용을 자체 감당하기 쉽지 않다. 1배 이하는 소위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이에 프리드라이프의 고배당 정책을 지속하거나 다른 활용 수단을 동원해 투자의 대가를 얻고자 할 유인이 커 보인다.
◆자산의 실체는?...무형자산·장기선급비용 비중 높아
웅진프리드라이프는 국내 상조업계 1위 사업자다. 업계 최대 선수금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산 중 상당 부분이 현금화가 어려운 항목이다. 고객 부금을 100%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는 올해 3월 기준 부금선수금 규모 2조6221억원으로 상조업계 1위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말 자산총계도 2조9237억원으로 업계 최대 수준이다.
자산 구성 내용을 뜯어보면, 실질적 유동성을 갖춘 금융자산은 전체 선수금보다 작고, 무형자산과 장기선급비용 등 회계적으로 자산이지만 현금화가 매우 어려운 항목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무형자산과 장기선급비용을 제외한 자산은 2조2425억원으로, 부금선수금 등 부채 대비 4463억원이나 작은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예금·장단기금융상품·채권·주식 등 금융자산은 1조8640억원에 불과한 상황으로 부금선수금 2조5607억원보다 작다.
특히 순자산이 2507억원으로 부채보다 자산이 크지만, 자산 중 영업권 1425억원, 고객관계 456억원을 포함한 무형자산 1914억원과 장기선급비용(모집수당) 4856억원은 현금화할 수 없는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고객의 부금을 100%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재무 상태다.
이처럼 무형자산이 많은 배경에는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의 인수합병이 있다. 인수합병 시 순자산 가치보다 높은 인수 대금의 차액은 무형자산으로 계상된다. 프리드라이프가 웅진에 인수되기 전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를 시작으로 상조업 투자에 발을 들였고, 2020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했다. 이어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2021년 좋은라이프와 금강문화허브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장기선급비용도 회계상 자산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는 계속기업 가정하에 존재하는 자산이다. ‘수익-비용 대응’ 원칙에 따라 현금 지출됐지만, 관련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쌓아둔 것이다. 금융자산이나 유형자산처럼 처분해서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웅진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장기선급비용은 고객 유치 시 발생한 모집수수료 등 실제 지출된 비용을 향후 서비스 제공 기간(10년 이상)에 걸쳐 나누어 비용으로 처리하는 '이연 인식' 항목으로,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정상적인 회계 처리다. 이는 장기계약 사업의 실질 수익성을 반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형자산(1914억원)은 단순한 영업권이 아닌, 20년 이상 축적된 국내 1위 상조회사로서의 시장점유율, 브랜드 가치, 고객 데이터베이스 등 실제 영업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실질적인 자산이며, 그 가치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보전하게 돼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선수금 중 6.5%만 상조보증위탁금으로 예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돈은 각종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체 유형자산 등으로 운용하고 있다. 50%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증계약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웅진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상조회사의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이는 실제 현금 유출이 아닌 향후 서비스 제공 의무를 나타내며, 프리드라이프의 낮은 해약률(연간 6~7%)과 지속적인 선수금 유입으로 현금흐름은 매우 안정적이다. 2024년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여 회사의 견고한 재무 상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운용 자산의 질도 중요한데, 국고채처럼 무위험에 가까운 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낮고, 주요 채권의 77.6%는 A급 이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자산의 금리 수익으로 보아도 평균 7.3%로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투자 자산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 1조원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균 금리가 5.8%에 달하고,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 1660억원은 평균 금리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사각지대서 배당 잔치...2년 연속 순이익 초과 배당
상조회사는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과 달리, 금감원 규제 대상이 아니다. 자산과 부채가 커짐에 따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익을 유보하여 자본비율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 기업의 재무 행태다. 그러나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최근 순이익 이상으로 배당했고,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자세히 보면 최근 4년 연속 순이익이 증가했는데, 동시에 부채비율도 2021년 685.3%에서 지난해 1072.5%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지난 2023년과 2024년 배당이 과한 상황이다. 지난 2023년에는 6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배당금으로 70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7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배당금으로 1100억원으로 지출하며 2년 연속 당기순이익 이상을 배당으로 유출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관련 인수자금의 성격을 감안할 때 WJ라이프와 웅진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백억원의 배당이 불가피해 보인다.
웅진 관계자는 "프리드라이프는 향후 배당 시 당기순이익 범위 내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 피해...해약 이익으로도 수익 창출
높은 해약률 속에서 회사는 ‘해약 이익’이라는 수익도 올리고 있다. 고객이 중도 해지할 경우, 납부금 대비 환급금 손실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상조부금선수금 2조5607억원 중 6.7%인 1713억원이 해약, 해약순이익은 101억원에 달했다. 고객이 해약할 경우 해약환급금은 당해 납부 부금의 약 70%로 30%는 고객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이 일시에 해약을 요구할 경우 지급하여야 할 해약환급금은 부금선수금의 71%로 해약 손실은 약 29%다.
웅진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해약 공제금에 대해서도 “할부거래법상 명시된 공제 한도 내에서 투명하게 운영되며, 고객이 계약 시 사전에 인지하고 동의하는 것으로, 이는 보험 등 장기 금융상품과 동일한 합리적인 사업 모델”이라는 입장이다.
해약환급금은 공정거래위원회 해약환급금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정기형 상조상품 해약환급금은 ‘납입금 누계 - 관리비 누계 - 모집수당 공제액’으로 계산된다. 납입금 누계가 관리비 누계와 모집수당 공제액의 합보다 적으면 해약환급금은 ‘0’으로 산정되므로, 초기 해약자는 사실상 환급받기 어렵다.
이채연 기자 lcy11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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