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홍외 특수관계인 100%’ 보람상조라이프, 대여금 ‘연명’
계열사 간 대출 얽히고설켜 자금 흐름 ‘불투명’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류승협, 이채연 기자 | 보람그룹 상조회사 8곳 중 6곳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람상조라이프·보람상조리더스·보람상조피플·보람상조애니콜·보람상조실로암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일 뿐만 아니라 총자산보다 부금선수금 부채가 많다. 실질자산은 이보다 훨씬 작아 부금선수금의 50%에 미달하는 곳도 있다.
이런 가운데 계열사 간 복잡한 자금 흐름까지 포착됐다. 대여금을 주고받아 고객 자금이 실제로 어디 쓰이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맏형 ‘보람상조개발’ 선수금比 금융자산 ‘빈약’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람상조개발은 지난해 기준 4574억원의 부금선수금을 보유해 그룹 내 최대 규모이다.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부채비율은 666%에 달했다. 다만, 토지 등 자산재평가 차액 974억원이 자본에 포함된 덕이다. 이를 제외하면 자본은 -216억원으로 사실상 잠식 상태다.
보람상조개발은 상조회사 보람상조리더스·보람상조실로암·보람카네기(각 100%) 외에도 바이솔로·보람바이오·유담·보람상조보증·보람컨벤션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자산 1737억원 중 197억원은 관계사 지분이다. 보람상조리더스(99억원), 보람카네기(86억원), 보람상조보증(12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보람상조실로암과 보람컨벤션은 취득가액이 각각 9억원·5억원이지만 장부가는 0원으로 평가돼 있다.
관계사 대여금도 97억원에 이르며, 비알시티100(27억원), 다온21(3억원), 보람정보산업(34억원), 보람상조라이프(33억원) 등 다양한 계열사로 퍼져 있다.
겉으로는 자본이 758억, 부채비율 666%로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상태로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차입금(271억원)과 부금선수금(4845억원) 대비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부족해 보인다.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금융자산·유형자산 등인데 금융자산 중에서도 계열사 지분과 관계사 대여금은 현금화가 쉽지 않다. 이를 제외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4587억원에 그친다.
특히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 간 자금 흐름도 심상치 않다. 보람상조개발의 보람상조라이프에 대한 채권은 2023년 28억원에서 2024년 145억원으로 117억원 증가했다.
이는 보람상조라이프의 유동성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보람상조라이프는 2024년 부금납입금이 879억원 들어왔지만, 해약환급액 185억원, 모집수당 789억원이 지급돼 유출액이 납입액을 초과했다. 순이익은 5억원을 기록했지만, 보람상조개발에서 대여금을 받아 유동성을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 보람상조라이프, 적자 속 자본잠식...실질자산 빈약해 현금흐름까지 악화
보람상조라이프는 보람그룹 회장 최철홍 외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부금선수금 3996억원을 보유해 그룹 내 두 번째 규모다.
하지만 부금선수금을 포함한 총부채 4373억원 대비 총자산은3931억원에 그친다. 계속된 자산재평가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 규모는 442억원(2024년 별도 기준)에 달한다. 영업적자도 지속 중이다. 지난 2023년 155억원, 2024년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장부상으도 자본잠식인 데다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감안하면 더 문제다. 무형자산 47억원과 장기선급비용(모집수당) 2058억원은 현금화 어려운 자산이다. 이를 감안하면 고객의 부금을 100% 보장하기 어렵다. 총자산에서 무형자산과 장기선급비용을 빼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1826억원으로 부금선수금의 46%에 불과하다.
장기선급비용도 회계상 자산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는 계속기업 가정하에 존재하는 자산이다. ‘수익-비용 대응’ 원칙에 따라 현금 지출됐지만, 관련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쌓아둔 것이다. 금융자산이나 유형자산처럼 처분해서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금융자산으로 분류한 자산 중 관계사 지분과 대여금도 문제다. 보람상조라이프는 ▲보람상조개발 29% 250억원 ▲비아생명공학 28% 32억원 ▲농업법인보람바이오텍 90% 5억원(취득가 9억원) ▲보람상조플러스 96.6% 0원(취득가 6억원) ▲다온21 59.3% 0원(취득가 6백만원)등 287억원의 관계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에 대한 대여금은 총 100억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는 다온21에 30억원, 비알시티100에 60억원, 보람상조플러스에 10억원 등을 대여하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의 종속회사 다온21도 상황은 좋지 않다. 다온21은 보람상조라이프가 59.33% 대주주로, 나머지 지분도 개발 29.67% 등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다. 자산은 126억원, 부채 238억원, 자본잠식 113억원 상태다. 다온21은 최 회장 등이 100% 소유한 비아생명공학의 자회사인 비알시티100에서 주로 차입(150억원)하고 이외 라이프 30억원, 개발 3억원 등 총 185억원을 차입해 운영 중이다.
다온21의 주요 차입처인 비알시티100은 주주인 비아생명공학으로부터 79억원, 계열사인 보람상조라이프에서 60억원, 개발에서 27억원 차입해서 다온21에 빌려주고 있다. 비아생명공학은 최 회장 78억원, 100% 자회사인 비알장유에서 72억원, 자회사인 국빈플라워에서 25억원 등을 조달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생명공학 계열사인 비아생명공학 및 그 자회사인 비알장유, 국빈플라워 등으로도 확장돼 그룹 전반에 걸쳐 자금이 회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4개 중소형社 자본잠식...무형자산·개발사업 ‘늪’
보람상조리더스·보람상조피플·보람상조애니콜·보람상조실로암 등 4개 중소형 상조회사들은 전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보람상조리더스는 부금선수금(3468억원) 대비 총자산(3138억원) 비율이 90%다. 그나마도 무형자산(23억원)·장기선급비용(456억원) 등 현금화 어려운 자산을 제외하면 76.7%다.
선수금이 늘지 않는 회사는 현금흐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보람상조리더스는 2024년 부금납입금이 275억원인데, 해약 및 환급으로 236억원이 나가고, 모집수당 지급이 22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금 부족은 결국 차입금으로 메웠고, 그 원인 중 하나는 역삼동 건물 개발 사업이다. 상조회사가 고객의 부금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에 나선다는 점에서 상조회사의 본질과 맞지 않는 위험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람상조피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금선수금 163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총자산은 1510억원에 불과하다. 자본은 -11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2023년과 202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금화 가능한 실질 자산은 부금선수금의 69%에 불과하다.
보람상조애니콜은 비아생명공학(최 회장 외 100% 소유)이 52%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금융자산 464억원 중 53억원이 농업회사법인 보람바이오텍에 장기대여금으로 나가 있다. 매도가능증권 18억원도 ‘아이야유니온’이라는 계열 중소기업의 전환사채 20억원에 대한 평가액이다. 현금화 가능한 실질 자산은 부금선수금의 51%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이러한 관련사 대여금이 포함되어 있다.
보람상조실로암은 총자산 183억원에 자본잠식 254억원으로 회계상으로도 이미 매우 부실한 상태다. 게다가 현금화 가능한 실질 자산은 부금선수금의 32%로 보람그룹 내에서도 가장 취약하다. 한편, 자본금 15억3000만원 중 자기주식이 5억9000만원으로 자본요건 자체도 위태롭다. 지난 2018년 더힐링닷컴과의 합병으로 자본금을 맞춘 것으로 보이나, 합병차손이 12억원 발생해 실질적인 자본 증가는 없는 셈이다.
보람상조플러스의 경우 보람상조라이프가 90%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지만, 연결되지 않아 재무자료가 공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람상조라이프 공시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취득가액 6억원이며 장부가액 0원이라는 사실이다. 사실상 자본잠식으로 보인다. 보람카네기는 기업간거래(B2B)를 주로 하는 업체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아니다.
보람그룹 상조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본잠식·만성 적자·계열사 간 자금 순환 등으로 인해 고객의 납입금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고객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류승협, 이채연 기자 lcy11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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