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년째 적자·완전자본잠식 상태
실질자산, 선수금 부채比 56.9%로 낮은 수준
위험 투자 배제…안정적 자산 운용 선호
20년째 상조업을 영위해 오고 있는 더피플라이프가 금융자산은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더피플라이프
20년째 상조업을 영위해 오고 있는 더피플라이프가 금융자산은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차성곤 대표와 더피플라이프 본사. / 사진=더피플라이프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더피플라이프(대표이사 차성곤)가 영업손실이 계속되면서 수년째 자본잠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람상조처럼 관계사 투자나 대여 등의 자금 지원은 거의 없지만, 실질자산과 총자산이 선수금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더피플라이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금선수금은 3186억원으로 업계 7위 규모다. 부금선수금은 고객이 미래에 발생할 장례 준비를 위해 미리 납부하는 돈이다.

회사의 자산은 선수금의 97.8%(3115억원) 수준으로 100% 미치지 못했다. 최근 4년간 선수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총자본은 -15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선급비용(모집수당) 1303억원을 제외한 실질자산은 1812억원으로 선수금의 56.9%에 불과하다. 더피플라이프 역시 보람상조 등 다른 상조회사와 마찬가지로 가입 고객의 부금을 온전히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0년 할부거래법을 개정해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상조조합 등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선수금 규모가 불어나는 데 비해 상조회사의 파산·기업 회생절차 돌입 시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가 부재해 선수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피플라이프는 선수금의 11.5%(예치금 기준)만 상조보증위탁금으로 예치하고 있었다. 선수금 예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증계약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외 돈은 각종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체 유형자산 등으로 운용 중이다.

더피플라이프 주요 재무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더피플라이프 주요 재무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보람상조와 달리 특관자 거래도 작고 안정적인 금융자산 운용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더피플라이프의 지난해 말 기준 예금·장단기금융상품·채권·주식·대여금 등을 합한 금융자산은 14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억원 늘었고, 선수금의 44.5% 수준이다. 특수관계자에 대한 부담도 미미한 수준이다. 자회사인 더피플투어의 지분과 대여금에 총 4억원이 투입됐다.

위험한 자산은 보이지 않았다. 금융자산(1418억원) 중 872억원은 현금성 자산 및 장단기금융상품이고, 나머지는 상조보증공제조합 출자금 176억원, 상조보증위탁금 365억원 등이다.

단기매매증권 3억원 규모를 보유 중인데 카카오뱅크(7397주)와 카카오(3495주), 롯데렌탈(935주) 등 모두 주식으로 평가손실은 8억원 수준이다. 많은 금액을 위험하게 투자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 주식 매입 후 손실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람상조와 부모사랑상조 등과 달리 특수관계자 지분과 대여금이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종속회사인 더피플투어 지분 100%(취득가 3억5000만원)를 소유하고 있고 5000만원을 대여하고 있다.

더피플투어는 자본잠식과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자금과 영업을 전적으로 모회사인 더피플라이프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여서 향후에도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의 86%가 더피플라이프에 대한 것이었다.

더피플라이프 주요 수익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더피플라이프 주요 수익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20년째 자본잠식…고객 이탈은 적어

더피플라이프는 2005년 설립돼 20년째 상조업을 영위해 오고 있다. 다른 상조회사도 대부분 같은 상황이지만 수십 년째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영업손실은 2021년 30억원에서 2022년 15억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 34억원, 2024년 59억원으로 다시 뛰었다.

당기순손실은 2021년 24억원에서 2022년 13억원, 2023년 8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29억원으로 늘었다.

장례 매출 자체가 크게 늘지 못한 가운데,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한 광고비 등 지출이 많아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수금이 쌓이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영업손실을 메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순손실도 지속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해약률이 낮아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편이다. 더피플라이프의 부금해약이익은 2021년 8억2000만원, 2022년 7억8000만원, 2023년 8억4000만원, 2024년 9억8000만원으로 10억원을 넘지 않았다.

부금해약관련순손익도 2021년 7억원, 2022년 6억원에서 2023년 4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8억원으로 늘었지만, 보람상조 등과 달리 규모가 작았다. 해약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선수금 유입 대비 해약금 지출 비율도 낮았다. 지난해 총 775억원의 선수금이 납입됐는데, 그중 149억원이 환급 및 해약금으로 나갔다. 납입금의 19.2%가 환급금이나 해약금으로 나가 보람상조, 부모사랑상조와 달리 낮은 비율을 보였다.

더피플라이프 부금선수금 관련 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더피플라이프 부금선수금 관련 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해약환급금은 고객이 상품을 해지하면 납부한 부금의 약 70%를 돌려받는다. 나머지 30%는 고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이 일시에 해약을 요구할 경우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은 부금선수금의 59.2%(1886억원)로 해약 손실은 약 40.8%다.

해약환급금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따라 지급된다. 정기형 상조상품 해약환급금은 ‘누적 납입금-누적 관리비-모집수당 공제액’으로 계산된다. 누적 납입금이 누적 관리비와 모집수당 공제액을 합한 것보다 적으면 해약환급금은 ‘0’으로 산정돼 초기 해약자는 사실상 환급받기 어려운 구조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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