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1조4547억원 운용…선수금比 ‘실질자산’ 98.7%
자회사 교원더오름·교원투어, 자본잠식·적자...대여금 有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이채연 기자 | 상조업계 선수금 규모 3위 교원라이프가 1·2위인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선수금 대비 총자산 비율도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선수금 대비 실질자산 비율도 98.7%에 달한다.
다만 자회사 설립, 인수와 지원에 따른 리스크는 존재한다. 지난 2017년 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교원더오름과 2021년 31억원에 인수해 유상증자까지 총 230억원을 들인 교원투어는 자본잠식 상태다. 상조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계열사로의 확장과 지원이 이어져 우려가 제기된다.
◆ 프리드·보람보다 선수금比 실질자산 비율 高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원라이프는 지난 2021~2024년 기준 선수금 대비 총자산 비율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선수금 대비 실질자산 비율도 98.7%로 거의 100%에 다다른다.
실질자산은 총자산에서 장기선급비용과 현금화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을 뺀 값이다. 장기선급비용도 회계상 자산이지만, 이는 계속기업 가정하에 존재하는 자산이다. ‘수익-비용 대응’ 원칙에 따라 현금 지출됐지만, 관련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쌓아둔 것이다. 이에 금융자산이나 유형자산처럼 처분해서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무형자산 145억원은 영업권 금액으로 지난해 포항국화원장례식장 인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기준 부금선수금 1조4547억원을 보유해 업계 3위로 자리하고 있는 교원라이프의 선수금 대비 실질자산 비율은 선수금 규모 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 87.6%보다 우수하고, 2위 보람그룹 71.1%에 비해서는 월등한 상황이다.
특히 할부거래법 제27조 1항에 따라 소비자피해보상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의 선수금 관련해 신한은행과 예치계약을 체결한 점이 돋보인다. 회사가 폐업이나 선불식 할부거래업의 등록말소 및 취소 등 사유로 소비자에게 소비자피해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예치기관은 예치금을 인출해 선불식 할부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우선 지급한다.
동법 시행령 제 16조에 따라 소비자로부터 수령한 선수금 잔액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치 또는 지급보증을 받고 있다. 159억원을 신한은행에 예치했고, 신한·수협·하나·우리은행과 약정한도 8012억원의 보증계약을 맺었다. 보람상조가 은행이 아닌 한국상조공제조합의 보증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해 보인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자본금이 약 306억원 수준으로 보증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교원라이프는 선수금 보증을 위해 자체 금융자산과 토지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재무구조가 우수한 관계사인 교원프라퍼티의 자산 담보와 보증도 활용하고 있다.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도 보람상조와 차별화된다. 보람상조의 선수금 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35.3%인데 교원라이프는 72.7%로 높다. 또한 보람상조의 금융자산에는 관계사 대여금과 공제조합 출자금이 포함된 데 반해 교원라이프는 관계사 대여금 등이 없고 분산된 투자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교원라이프의 금융자산 1조 571억원은 현금성자산 1031억원, 단기금융상품 3002억원, 매도가능증권 4066억원, 지분법적용투자주식 1952억원 등으로 구성돼 현금화가 용이하다.
매도가능증권 4066억원 중 3590억원이 시장성 있는 수익증권이며 취득가 대비 공정가액이 높아져 있어 양호한 투자로 보인다. 지분법적용투자주식도 사모펀드(PEF)가 많다. 자회사 주식은 788억원으로 현금화 어려운 자산이나 교원그룹의 재무구조가 우수해 유사시 계열내 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교원스타트원 지분이 787억원인데 교원스타트원의 부채비율이 매우 낮고 매년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융자산 구성뿐만 아니라 운영 측면의 현금흐름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부금납입액 2073억원에서 해약 176억원, 모집수당 지급액 417억원을 빼면 약 1480억원의 현금 유입이 있었다.
자회사 교원더오름과 교원투어는 적자와 부실로 문제가 있으나 관련 주식에 대해서는 전액 상각했고, 두 회사의 차입금도 교원프라퍼티의 대여금이 대부분이어서 교원라이프의 추가적 손실 부담은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 튼튼한 그룹 지원 있지만, 상조 외 사업 확장·지원 ‘그림자’
교원라이프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동하 외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원은 41.4%의 지분율을 차지한다. 그룹 주력사인 교원프라퍼티는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유사시 계열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교원라이프가 상조사업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사업 자회사를 보유하며 지원하고 있는 점은 눈에 띈다. 그룹 차원에서 하는 사업을 상조 가입자 돈이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특히 교원라이프가 지난 2017년 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교원더오름과 2021년 31억원에 인수해 유상증자까지 총 230억원을 들인 교원투어는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교원더오름은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다단계 판매회사다. 다단계 특성상 사업 초기인 지난 2018년부터 순이익을 창출하며 급성장했지만, 2020년 매출 305억원을 정점으로 이후 사세가 꺽여 지속적으로 매출이 하락했으며, 2021년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지속해 -85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의 주원인은 베트남으로의 사업확장 여파로 분석된다. 교원더오름은 지난해 더오름베트남 손실분이 반영돼 당기순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법인은 교원더오름에서 145억원의 자본금과 118억원의 대여금이 투입됐지만, 지난해 매출은 6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교원더오름의 차입금이 대부분 교원프라퍼티 대여금이어서 교원라이프의 추가적인 피해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라이프 관계자는 “교원더오름 론칭 직후 코로나로 인한 영업활동 제약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전환 선언 후 ‘교원헬스케어’로 변경해 고객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원투어도 지난 2022년부터 계속해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손상각비 60억원을 포함해 총 256억원의 엽업손실을 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손상각비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여파에 따른 것이다. 다만 송출인원은 2022년 16만명에서 지난해 6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교원투어에 대여금도 나갔으나 지난해 교원프라퍼티가 교원투어에 247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전액 회수할 수 있었다.
교원라이프 측은 상조 서비스에 가입했지만 여행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원투어와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올해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내실 있는 성장과 실적 개선을 중점 추진 중”이라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채연 기자 lcy119@sporbiz.co.kr
관련기사
- [상조 안정성 점검]⑥ 4위 대명스테이션, ‘자본잠식+특수관계 대여'...고객 돈 안전한가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⑤ 텅 빈 ‘상조 名家’ 보람...건질 것 없는 '8형제'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④ 상조 8개社 굴리는 보람, 6곳 ‘자본잠식’…자본부터 대여금까지 '돌려쓰기'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③ 빚으로 인수한 상조 1위 '웅진프리드'...금융자산 부족한데 배당 '펑펑'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② 268곳 사라지고 76곳 남았다…생존 상조회사 절반도 '자본잠식'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① "믿었는데 날아갔다" 문 닫은 상조회사에 못 받은 돈 300억...선수금 10조 누가 지키나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⑧ 군계일학 ‘예다함’…자산·보증·운용 3박자 ‘최우수’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⑨ 부모사랑상조, 부실은 숨기고 투자는 위험하게 [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⑩ 지속되는 자본잠식 더피플라이프…자산 운용은 ‘안정적’[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⑪ 더리본, 자본잠식 ‘심각’…10대 상조사 중 최악[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⑫ 선수금 11~76위 상조사 41%가 ‘부실 경고등’[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⑬ 불안한 공제조합·협회…보증 크고, 둘로 나뉘고[The SIGNAL]
- [상조 안정성 점검]⑭ 소비자 피해만 1400억원…“금융기관 수준 규제 필요”
- [상조 안정성 점검]⑮ “사전·사후 이중 보호장치 갖춘 할부거래법 개정 시급" [The SIGN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