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채널 중심 구조 속 보험업 구조 전환기...생보 빅3, 전략 분수령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생명보험사 '빅3'가 설계사 조직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영업 전략을 통해 맞붙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질적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장, 교보생명은 디지털과 대면 영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생명보험의 특성 상 대면 채널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이들의 전략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속 채널의 수익성이 약화되는가운데 독립보험대리점(GA)이 원수사의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보장성 중심의 장기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GA는 보험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4월 생명보험업 판도를 바꾼 이른바 '제판분리(제조·판매 조직분리)'를 단행하며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를 출범시켰다.
이후 피플라이프·한화라이프랩·IFC그룹 등의 지분을 잇따라 확보하며 자회사형 GA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한화생명은 전속 조직을 병행 운영하며 삼성생명과의 전속 설계사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7일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를 통해 대형 독립 GA인 IFC그룹의 지분을 49% 추가 인수해 지분 100%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지난해 피플라이프 인수에 이어 두 번째 대형 GA 인수로 GA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주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IFC그룹은 전국 114개 본부·지점에 약 2000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영남권 대표 GA다. 이번 인수로 한화생명은 영남권 기반의 견고한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전국 단위 채널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또한 기존 수도권 중심 영업망에 지역 분산 효과까지 더해지며 GA업계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화생명이 보유한 GA 4개사(한금서·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IFC)의 설계사 수는 총 3만4419명으로 지난해 동기(2만8314명·IFC제외) 대비 21.6%나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전속 조직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이에 전속 설계사 수 기준 생명보험 업계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설계사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3만9350명에 달한다. 이는 전속 및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를 모두 포함한 수치로 2020년 말(3만60명)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삼성생명은 최근 능력이 뛰어난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조직의 질적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대규모 인력 확대보다는 브랜드 충성도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능력이 뛰어난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고액·장기 보장성 상품 판매에 주력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전속채널의 건강상품 판매 비중은 78%에 달한다.
특히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 채널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못 박았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속 설계사 채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신계약과 보유 계약 확대에 있어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는 하이브리드형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속 설계사 수는 1만5677명으로 지난해 대비 0.7%가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입 설계사의 현장 투입 시점을 1개월 앞당겨 현장 밀착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교보생명은 ▲AI 기반 자동심사 모델 ▲청구서류 OCR 고도화 ▲심사 완료 즉시 송금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설계사의 생산성과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전통 영업망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보험 산업의 특성상 여전히 대면 채널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생보 빅3가 각기 다른 영업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입지 재편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GA와 전속 채널의 병행 운용이 표준화되는 흐름 속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이 보험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수익 모델을 넘어선 전략 수립과 조직 효율화가 생보사의 중장기 성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조직 재편 경쟁은 앞으로 보험업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며, "삼성생명은 브랜드 충성도와 조직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GA 부문에서 직접적 지배력을 확대해 유연한 영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교보생명은 전속 채널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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