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수가제가 도입통해 진료비 체계 정비 ...대형 손보사, 상품 경쟁 시작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보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전문 펫보험사가 출범함에 따라 기존 손해보험사들도 보장 강화와 가격 경쟁 나서면서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증가하며 관련 보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다만 반려동물 관련 의료비 부담과 각종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며 관련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보험 상품 역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는 글로벌 수요 부진과 금리 하락, 편중된 상품 개발에 더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무·저해지보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팻 보험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동물진료 표준수가제' 도입을 언급함에 따라 시장 활성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표준수가제가 도입되면 병원마다 상이한 진찰료가 통일돼,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율 산정과 상품 설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1500만 명에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펫보험 가입률은 1.7%에 불과하다. 보유 계약은 약 13만 3000건으로 원수보험료는 328억 원 수준이다. 이는 스웨덴(40%)·영국(30%)·일본(16%) 등 주요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보험료 부담·제한된 보장·불편한 청구 절차 등이 낮은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 메리츠화재(펫퍼민트)·DB손해보험(펫블리·라이펫)·KB손해보험(금쪽같은 펫보험)·삼성화재(위풍댕댕)·현대해상(굿앤굿 우리펫) 등의 손보사들은 다양한 펫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플랫폼 연계형이나 실생활 케어 기능을 접목한 차별화 보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장기 실손 펫보험 펫퍼민트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했다. 지난달 펫퍼민트 개편을 통해 연간 입원·통원비 한도는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1회당 보장 한도는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렸다.
DB손해보험은 펫보험 전담 TF를 신설하고 올해 4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했다. 1월 위탁비용 보장 특약, 4월 개물림 벌금 보장 특약, 5월 이상 행동 교정훈련비 담보를 잇따라 출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리뉴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스퀘어와 손잡고 '임베디드 보험' 모델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보험 상품을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연동하고, 일상 케어 기능까지 결합한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구현했다.
국내 최초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은 지난해 3월 설립돼 올해 6월 금융위원회 본허가를 획득하며 정식 보험사로 출범했다.
마이브라운은 낮은 보험료에도 MRI·CT·항암 등 고액 치료 12종을 횟수 제한 없이 보장한다. 연간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한다. 보장 수준에 따라 '옐로우', '브라운', '블랙' 플랜으로 구성된다. 특히 업계 평균 대비 약 20~30%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한다.
병원비 70% 보장에 자기부담금 3만원, 슬개골 질환 면책기간은 업계 최단 180일이다. 제휴 병원 진료 후 앱 QR코드 접수로 실시간 보험금 심사·지급이 가능한 '라이브청구'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가 지분투자를 한 스타트업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약 13억원을 출자해 지분 9.91%, 삼성생명은 9억 원을 출자해 6.8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마이브라운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상표권 보유와 주요 임원 출신 등으로 마이브라운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우다다’, ‘오모오모 프렌즈’, ‘테일플래닛’ 등 반려동물 관련 상표를 잇따라 출원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브라운 출범 새 활력 불어넣을까…업계, 제도 개선 없이는 '한계'
업계는 마이브라운 출범에 이어 펫보험 스타트업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후발 전문사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주요 기업으로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과 반려동물 보험 전문 기업인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이 꼽힌다. 2017년 설립된 핏펫은 반려동물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펫보험 비교 서비스와 보험대리점(GA) 사업을 운영하며, 향후 전문 펫보험사 설립에 대비해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은 지난해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을 목표로 출범해 현재 예비허가 신청 준비 중이다. 국내 최초 장기 펫보험인 메리츠화재 '펫퍼민트'를 기획·출시한 핵심 실무진이 주축이다.
업계에서는 마이브라운 등장이 긍정적이지만, 제도 개선 없이는 구조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 진료코드 및 항목 표준화 ▲진료 정보의 통계화 ▲청구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의 선결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당 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는 진료 항목 정비와 진료비 공시제 도입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수의계의 반발, 진료 방식의 다양성, 정부 주도의 수가 산정 체계 부재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이브라운과 같은 전문 보험사 등장은 신선한 자극이지만, 제도적 기반 없이는 구조적 성장이 어렵다"며 "표준수가제 도입과 진료 정보 통계화, 청구 시스템 자동화 등 실질적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시장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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