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탈희토류' 움직임…현대차그룹도 공급망 확대·대체재 개발 노력
장기화 땐 친환경차 '퍼스트 무버' 타격…"中 제외 점유율 유지 전략 밖에"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중국이 전략 물자인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전기 모터의 핵심인 희토류 자석도 수출 제한 대상에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관세에 이은 2차 폭풍에 휘말린 셈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重)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을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이 수출 길을 막은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은 고온에서도 자성을 띠는 성질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구동 모터는 물론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의 제조에 필수로 사용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의 90%를 중국이 생산·가공하고 있어 중국 '자원 무기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탈희토류'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독일의 BMW는 영구 자석인 희토류 자석 대신 전자석을 활용한 권선형 회전자 동기모터(WRSM)를 적용한 2022년형 i4를 출시하면서 상용화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의 희토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프랑스 르노는 2023년 상하이모터쇼에서 부품 업체 발레오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은 차세대 전기 모터를 공개했다. 이 모터는 지난해 르노가 출시한 르노5에 탑재돼 양산 중이다. 미국의 GM과 스텔란티스 역시 자석 개발 업체에 투자하거나 공급 계약을 맺는 식으로 희토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과거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과 대립했던 일본은 일찍이 희토류 탈중국화에 공들여왔다. 지난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일본 수출을 막자 대체재 개발, 재활용 기술 확보, 산업 고도화에 따른 희토류 비중 감축 등을 신속하게 전개했다. 앞선 2007년 새로운 물질재료과학의 기반을 구축하는 원소전략 프로젝트를 가동한 데 따른 조치다. 이후 2012년에는 히타치가 희토류가 필요 없는 산업용 모터를 개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도요타가 희토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자석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의존도를 40% 가까이 줄였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이 밖에도 오가사와라 제도 미나미토리시마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매장된 수백년 소비량의 희토류 시굴도 본격화하는 등 중국 리스크를 덜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대응방안을 실행 중이다. 지난 2022년 호주의 희토류 생산 업체 아라푸라와 공급 계약을 맺은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NdPr)을 공급받는다. 양사는 현재 공급 시기를 논의 중이다. 연간 1500톤(t) 규모의 NdPr을 7년간 공급받을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대체 소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차·기아는 연세대, 서울대, 성균관대, 부산대, 부경대, 충남대, 충북대 등 7개 대학과 '현대자동차그룹 자성재료 공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실은 3년간 희토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비희토류 자성소재 연구, 모터 단위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희토류 리사이클 연구, 소재의 자성 측정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자기특성평가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특히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 등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는 골칫거리라는 분석이다. 앞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를 2025년 49만대에서 2030년 99만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126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중 확대를 공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재편을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BYD 등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거대 중국 기업이 친환경차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BYD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만큼 관세에서도 자유롭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이 파이를 나누는 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중국을 제외한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력은 동등한 수준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남은 파이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 외에는 마땅한 방안이 없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