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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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필요악'으로 간주된다.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를 모아 고수익을 노리는 고위험 펀드로서 흔히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기능도 있긴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단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며 결국 재매각해 차익을 노리는 '먹고 튀는' 탐욕 자본 행태를 거듭하면서다. 

사모펀드에 한번 인수된 기업이 가치를 높여 성장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대개는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을 거듭하다가 매각 시점이 되면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사모펀드에 되파는 식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노조 등은 사모펀드 인수를 맹렬히 반대한다. 매물로 나와 사모펀드에 팔리거나 팔릴 예정인 기업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각 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약탈 '먹튀' 자본, 부동산 투기꾼, 폐점 매각, 고용 불안..."

홈플러스 노조원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인수 이듬해부터 다수의 점포 매각을 거듭했고 노조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통매각 전 쪼개기 매각으로 인수 차입금에 이자만 갚다가 홈플러스를 거덜내버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이다.

구조조정을 넘어 피인수 기업이 만신창이가 되는, 이번 홈플러스와 같은 최악 결말은 매물로 나온 피인수 기업의 직원들이 인수 자본이 사모펀드만 아니면 된다며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도 사모펀드가 아닌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면 최선이었겠지만 당시에도 7조2000억원이라는 덩치를 감당할 자금력을 지닌 기업을 찾기란 녹록지 않았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개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MBK는 인수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MBK는 홈플러스와 같은 경영실패 사례도 많았지만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을 인수했고 차익을 챙겨왔다. MBK 기업인수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21일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어떤 형태든 결국 기업을 팔고 투자자들 투자금을 회수해 나가야 한다"며 "이는 3년이든, 5년이든, 10년이든 삶의 터전이 되는 기업의 영속성을 해치면서 직원들과는 배치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어떤 사모펀드든 근본적으로 반감을 갖는 이유"라고 봤다. 

이런 지적처럼 실제 사모펀드에 인수됐거나 인수를 눈앞에 둔 기업들의 노조는 반발 집회를 거듭 열고 있다. 인수된 기업들 노조는 긴축경영 등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인수가 목전인 기업들 노조는 인수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여는 식이다. 

홈플러스 회생 개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MBK가 또 다시 '5조원대 빅딜' CJ제일제당 바이오(그린바이오 비중 90%)사업 인수에 나선 것이 최근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MBK가 재개한 카드업계 '대어'로 꼽히는 롯데카드 매각도 같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실제 롯데카드 노조도 지난해 말까지 MBK가 업황 악화를 이유로 긴축경영을 가시화하자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19일 거래소 조회 요구에 따라 MBK로부터 매각 제안 받은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MBK 인수 언급이 나오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이오사업 형태는 기본적으로 기업 간 거래(B2B) 기반이어서 홈플러스와는 달리 소비자와는 접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MBK에 인수되더라도 해당 사업 직원들이 아니라면 소비자들이 어떤 변화를 느끼기는 쉽지 않고 이에 따른 영향도 없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팔고나갈 사모펀드인 만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직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직원들의 입장에 이목이 쏠리는데, 사모펀드 인수 영향을 직접적으로 겪거나 겪게 될 내부 직원들이야말로 가장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다. CJ제일제당 노조는 없지만 동종업계 노조는 홈플러스 사태로 투자자 이탈도 많을 텐데 인수자금 모집이 가능하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코웨이와 대성산업가스, 오렌지라이프 엑시트로 수조원대 원금과 차익을 쥔 상태라 자금만큼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카드 매각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인수가 동시에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매각과 인수 작업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는 만큼 다른 투자금 없이 MBK가 희망 매각가인 3조원대에 롯데카드를 팔아 5조원대 바이오사업을 인수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5조원대)이나 롯데카드(3조원대)나 두 기업 모두 매각가가 높아 여지껏 매각이 불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약 1조3800억원대에 인수한 롯데카드 매각 적정가를 2조원대로 본다.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통해 롯데카드를 인수한지 3년만인 2022년 매각에 나선 MBK는 매각가 3조원대를 굽히지 않으면서 최종 불발됐다. 지난해 말 스위스 대형 은행 유비에스(UBS)를 매각 주관사로 가시화한 이번 재매각도 악재가 잇따르고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타협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 등 실적도 안 좋은데 최근 한기평에 따르면 보유 중인 786억원 규모의 팩토링 채권에서 대규모 연체가 발생하며 건전성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실적이 크게 줄었다. 영업수익은 약 2조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0억원(약 8.6%) 가량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6억원(약 39%) 가량이 감소한 상태다. 분기 연결 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누적 1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639억원(약 72%)이 줄었다. 

CJ제일제당 경우 바이오사업 연매출은 3조~4조원 수준으로 매각가는 5조~6조원을 제시한 상태다.

CJ제일제당 매출 양대 산맥은 식품과 물류다. 바이오사업은 지난해에만 매출 4조2095억원을 거둬 CJ제일제당 4개 사업부문 내 비중은 14%선이다. 트립토판·핵산·발린·알지닌 등 주요 품목에서 글로벌을 이끌며 그린바이오(식량난 대응 등 농업생명공학)가 세계 1위다. 현재 미국(1개)과 중국(1개), 아시아 지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4개)과 기타 지역(3개)까지 모두 12개 사업장을 운영한다. 

이 바이오사업에서 취급하는 사료 필수아미노산 '라이신'이 중국산 규제(반덤핑 관세)로 앞으로 기대할만하다는 증권사들 분석도 다수 나와 있는 만큼,  매각의 이유는 실적이나 성장세가 낮아서가 아니라 이를 팔아 글로벌 식품사업 투자 등 식품에 더욱 집중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CJ제일제당으로선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사태 전후로 알려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인수 활동 재개 소식은, 국민의 삶과 소비 생활의 기반이 되는 대형마트 부도 사태를 경영실패 사례로만 치부하는 MBK의 인식과 기업 사냥꾼으로서의 면모를 또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MBK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MBK를 포함해 한앤컴퍼니·아이엠엠(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브이아이지(VIG)파트너스 등 운용자산 상위 30개 대형 사모펀드 점검에도 나섰는데 내부 통제 현황을 파악하려는 취지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MBK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앞으로 국내 토종 사모펀드 자리에 외국계 사모펀드가 들어올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노동계 입장은 "사모펀드인 이상 큰 차이가 없다"로 요약된다. 노동계는 "어차피 투자자들은 모두 국적이 다르다"며 "피인수 기업 직원들에게는 관리 주체가 토종이든 외국계든 기업에 대한 바른 성장전략 여부, 직원과의 소통 노력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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