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건설, 환경·에너지 기업 거듭나며 폐기물업체 잇따라 인수·합병
경기침체로 폐기물량 감소...실적 악화 '리뉴어스·리뉴원' 매각 수순
환경사업, '선택과 집중'...전자폐기물 SK테스만 남기고 모두 정리
매각가 2조원 'KKR·칼라일·스틱인베' 후보...수처리 분야 "공공성 훼손" 우려도
/ 사진=리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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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이호영 기자] SK그룹의 환경·에너지 기업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매각 기업에 사모펀드들도 대거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에서 환경·에너지 사업 전환에 힘을 실어왔지만 지난해 수처리·폐기물 자회사들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이를 과감히 접고 사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지난해 크게 손실을 낸 환경사업 자회사들을 매각하기로 했다. 인수에 나선 주체들은 사모펀드로 알려졌지만 SK에코플랜트는 이번 매각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지난해부터 사모펀드업계는 이들 자회사에 대해 인수 타진을 지속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폐기물 매립·소각 등 SK 사업은 손실이 컸지만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만큼은 크다. 국내 폐기물 시장은 2015년 13조5000억원에서 올해(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해마다 2조원씩 확대돼오고 있다. 관련 업계는 최근까지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폐기물 발생량이 줄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건설 폐기물 발생량(환경부)은 2020년 8600만톤에서 2023년 6400만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기물을 선별 분리하고 이를 높은 가격대에 판매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부각되고 있다"며 "다만 폐기물은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이고 최근의 시멘트업계와의 갈등만 보더라도 폐기물 확보 경쟁도 심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식의 경쟁은 폐기물을 에너지화(소각시설, 에너지시설로 전환)하는 사업 부상과 맞물려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다. 

이 관계자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연구나 기술 개발은 지속되고 있다"며 "매립지 조성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이어 "매립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재활용하고 자원순환하는 게 현행 법의 큰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K에코플랜트가 이처럼 환경사업 기업들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까지 순손실이 확대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환경사업도 반도체 등 전자폐기물(이웨이스트)을 취급하는 SK테스만을 남긴 채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SK에코플랜트는 매출 비중은 5조원대(60~70%) 솔루션 사업과 1조~2조원대(15~20%) 에너지사업, 1조~1조6000억원대(13~18%) 환경사업 3개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지난해 매출은 약 9조3176억원, 영업이익은 2347억원 정도로 전년 대비 각각 8.2%, 48.7%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도 959억원으로 약 110%로 크게 확대됐다.  

이런 당기순손실 배경엔 현재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폐수처리업체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매립장운영업체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2개 환경사업 자회사들의 급증한 순손실이 있다. 

이들 2개사 지난해(2024년) 당기순손실을 보면 리뉴어스 약 305억원, 리뉴원 약 989억원으로 합쳐서 1293억원 정도다. 2023년 적자전환하며 각각 55억원, 4억6000만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냈던 데서 지난해 손실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각각 리뉴어스 4491억원, 리뉴원 916억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리며 수처리업체 리뉴어스를 2020년 11월 어펄마캐피털로부터 1조5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잇따라 2022년까지 대원그린에너지와 새한환경 등 폐기물매립업체 8개사를 8256억원에 인수해 리뉴원으로 합병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인수 주체들로는 다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언급된다. 매각 대상은 SK에코플랜트가 소유한 리뉴어스 지분 75%, 리뉴원 지분 100%로 희망 매각가는 2조원대로 알려진다. 

리뉴어스 경우 공공하폐수처리시설 등 전국 60여개 사업소, 1040여개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국내 수처리 분야 1위 기업이다. 업계는 이 하폐수처리시설 분야에 사모펀드 자본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하수도 보급률은 약 95%에 달한다. 신규 사업도 많이 없지만 계약도 공기관 등이어서 거의 국가 예산, 재정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요구이기도 한 셈이다. 이 자본들은 이익이 없는 데엔 투자를 안 할 테니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시장 진입과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리뉴어스는 기회가 돼줄 것"이라고도 했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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