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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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엠비케이(MBK)가 홈플러스 최종 매각 방법으로 기업회생을 선택했다. 회생 과정에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로선 투자금 회수는 불확실하다. 

시장에서는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는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로서 해마다 적자만 키워온 홈플러스에 대해 취한 일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 등급 강등은 대내외적 명분이 돼줬을 뿐 업황 악화로 분할 매각조차 쉽지 않자 홈플러스를 털어내는 방법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은 A3에서 A3-로, 투기등급으로 내려간 것이 아닌 투자등급 내 한 등급 조정이었을 뿐이다.

펀드 운용사인 MBK는 자신들도 홈플러스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한 엠비케이파트너스삼호(MBK 3호) 펀드 주주로서 희생이 크지만 최종 부도를 막기 위해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부도로 인식된다. 어찌됐든 매각이 투자금 손실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MBK는 3호 펀드 투자 비중 등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적어도 최대 투자자인 6000억원대 국민연금 수준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홈플러스의 가장 큰 투자자는 국민연금으로 알려진다.

MBK의 인수 이후 자산을 담보로 삼은 부채와 이자 비용 등은 홈플러스 몫이 돼왔고 이제 기업회생 진행으로 인한 손실은 오롯이 투자자들 몫이 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다고 해서 MBK가 아쉬울 것은 없다고 본다"며 "MBK는 이미 홈플러스로부터 취할 건 다 취한 상황이다. 사모펀드로서 인수한지 10년째니 이젠 팔고 나가야 하는데 적자만 커지고 있는 홈플러스를 살 기업이 마땅치 않자 기업회생이라는 방법을 취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기업회생 신청은 직접 애쓰지 않고 홈플러스 매각 작업을 완료하려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인수 후 10년 동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얻은 것은 뭘까.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등에 투자한 3호 펀드 운용(2억5000만달러, 3730억원) 및 성과(5억3000만달러, 7700억원) 보수로 받은 돈만 1조원이 넘는다고 본다. 

이 관리 보수에 대해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 겸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난 14일 "MBK는 홈플러스로부터는 한 푼도 받은 게 없을 뿐 아니라 3호 펀드는 사실상 관리비가 없다"고 밝힌 상태이지만 직접적으로 받은 것만 아닐 뿐 MBK가 인수를 통해 얻은 것은 관리비 수준을 넘어선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홈플러스 인수가 2015년 이후 성공 발판이 돼준 게 가장 큰 이익이라고 본다. 

2015년 10월 당시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MBK는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로 주목 받았고 이 인수는 이후 MBK가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막대한 이윤을 얻으며 성장가도를 달리는 지렛대가 돼줬단 해석이 나온다. 

현재 MBK는 6개 블라인드 펀드, 2개 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300억 달러 한화 39조57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투자해온 기업만 52개인데, 홈플러스(2015년) 이후 오렌지 라이프(옛 ING 생명) 등 37개 기업을 인수했다. 최근만 봐도 투자 기업 중 코웨이(2호)와 오렌지라이프(3호), 대성산업가스(4호) 엑시트에 성공하며 6조원을 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사모펀드는 운용 펀드 규모 1~2%가 운용수수료 수익이 된다. 이들 펀드를 통한 MBK 성장세는 김병주 회장의 자산 규모가 잘 말해준다. 2015년만 해도 자산 규모 8100억원 가량으로 국내 자산가 순위 47위에 머물던 김 회장은 2023~2024년엔 자산 규모 97억달러 12조~13조원(12조8000억원)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국내 자산가 순위 1~2위를 다툴 정도가 됐다. 

◆ '차입 매수'로 홈플러스 인수..."부채·이자는 홈플러스 몫"

인수 당시 MBK는 공동투자자 자금과 상환전환우선주 7000억원, 블라인드 펀드 5000억원을 포함해 3조2000억원을 3호 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레버리지 인수(LBO·차입 매수)를 위한 차입금은 약 2조7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2015년 인수 당시 기존 홈플러스 차입금은 2조원 가량인데, 테스코 차입금 1조30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대환하고 단기차입금 7000억원은 최근까지 수시로 차환해오고 있다. 

이들 부채는 홈플러스 몫이 돼왔다. 특히 2019년부터 홈플러스와 스토어즈, 홀딩스 3사 합병을 계기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하면서 홈플러스의 취약한 재무건전성과 부실한 경영성과는 더욱 확연해졌다. K-IFRS 적용으로 눈에 띄게 부채는 급증하고 자본은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하고 이해(2020년 2월 결산)에 경영성과에선 대규모 손실이 잡히기도 했다. 

이 회계 기준에 따르면 총차입금은 2020년(이하 2월 결산)부터 7조9451억원, 2021년 6조9201억원 등 6조~7조원대를 오르내리며 차입금 의존도는 70%에 가깝다. 부채비율은 2020년 859.5%, 2021년 726.0% 등으로 800~900%를 오갔다.  

2024년 11월 말 기준 차입금은 6조5846억원, 부채비율은 1408% 정도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금융 부채는 2조원 수준으로 이 부채 비율은 462% 정도다.  홈플러스가 말하는 금융 부채엔 4조원대 리스 부채가 제외돼 있고,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가 갖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약 1조1000억원의 RCPS를 자본으로 회계 처리했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낮아져 보인다. 상환을 전제로 한다는 본질이 바뀌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홈플러스 적자 주범으론 4조원대 리스 부채와 이에 따른 연간 4500억원대 리스료가 꼽힌다. 기존 부채를 갚으려고 '세일앤리스백'으로 점포 자산유동화를 거듭하면서 비용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매각 직후 연도별 홈플러스 이자 비용만 봐도 2019년 4261억원, 2020년 4352억원, 2021년 4308억원 등 2024년(4567억원)까지 해마다 약 4000억원 수준을 감당해왔다. 인수 이듬해인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이자 비용만 약 3조원(2조9329억원 )이 지출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 합계는 4713억원에 그친다. 

무엇보다 2016년부터 2020년 2월까지 장단기차입금 2조7000억원 가량이 감소했는데 이 기간 매각한 부동산 자금도 얼추 비슷한 2조2000억원 정도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부인하고 있지만 인수 직후부터 MBK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본원적인 홈플러스 업태 경쟁력을 높이는 대신에 점포 등 부동산 처분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시장에서는 인수 당시 차입금과 이로 인한 이자를 홈플러스 자산으로 막아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 MBK 3호, 수익률 20% 이상 약속..."홈플러스 우량 점포 매각"

MBK는 전 세계 사모펀드 중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연간 목표 수익률 수준은 10~20%대다. 홈플러스가 MBK 3호 펀드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도 20% 이상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매각 직후 5년 동안만 해도 이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제공해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당시 3호로 조성된 금액은 27억690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으론 약 3조원 규모다. 2019년 말 기준으론 49억8500만달러 약 6조원이 되면서 연리 30%(내부수익률(IRR) 기준)대를 넘는 수익률을 확보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론 이 MBK 3호 IRR(초기 투자비와 투자자금 흐름 기반의 예상수익률)이 28%대일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한다. MBK 3호가 투자한 여러 기업 중 홈플러스 이외에 네파(2·3호 투자)까지 손실로 확정된다고 해도 MBK 3호 IRR은 최소 15%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이외 인수 당시 9% 배당을 약속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당을 늘리는 방식을 제안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는 2024년 기준 1조원대로 늘어난 상태로 2024년까지 평균 배당률은 12% 이상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홈플러스 순이익 급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속한 배당을 맞추려고 기존 홈플러스 자산을 갉아먹는 식으로 메워왔던 것이다. 특히 사모펀드 특성상 장기적인 성장 전략이 아닌 단기적인 현금 확보에만 초점을 뒀기에 고가에 팔 수 있는 우량 점포를 팔아치우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마트업황 악화와 맞물려 영업이익이 크게 늘 수 없는 상황이 된 최근엔 이 이자 비용은 고스란히 홈플러스 순손실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2018년 2699억원, 2019년 1510억원, 2020년 1602억원, 2021년 933억원으로 해마다 줄어 급기야 2022년부턴 영업손실 1335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한 상태다. 당기순이익도 계속 줄어 2018년엔 당기순손실 132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0년엔 당기순손실 수준은 5322억원이다. 이후 2023년 당기순손실 4458억원, 2024년에도 순손실 5743억원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투자자들일 뿐인 상황이 됐다. 홈플러스가 버텨줬다면 수익률 20%는 투자자 몫이 됐겠지만 현재로선 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날벼락을 맞고 있다. 

MBK 3호 펀드는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처럼 주주 대부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로 전해진다. 통상 블라인드 펀드는 최대 49개 유한책임사원(LP)이 투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4일 밝힌 것처럼 MBK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했다손 치더라도 운용수수료를 받는 무한책임사원(GP)으로서 져야 하는 1% 가량(320억원)의 의무 출자는 넘어섰을지라도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 수준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MBK는 공동투자자로 참여했다고만 했을 뿐 정확히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 홈플러스 최대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현재 일부만 회수"

현재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MBK 3호 펀드 국내외 연기금 중 홈플러스 인수 당시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블라인드 펀드 주주(당시 보통주 295억원 투자)일 뿐 아니라 70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도 5826억원을 투자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특정 조건에 따라 원금 상환과 보통주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이자가 붙으면서 이 우선주 규모는 당시 7000억원에서 2024년 기준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회수해야 할 금액은 여전히 6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 시점까지 투자금 절반 가량을 회수했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2015년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등에 6121억원을 투자했다"며 "현재까지 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 3131억원 정도만 돌려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사실상 이자 개념의 배당금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 투자자들 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 법정 관리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단기 사채 5949억원 중 5400억원 가량을 투자한 일반 법인·개인(2000억원대)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들에 대해선 "ABSTB나 기업 어음(CP)을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이라며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 회생 파장..."지역사회 생계 불안·유통망 위축"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유통망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유지해온 많은 거래처와 협력사들도 거래 중단을 가시화하면서다.  

회생 절차 과정에서 추가 폐점 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용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홈플러스 2만명 가량의 직원뿐 아니라 직간접적인 인원까지 약 10만명이 생계 불안을 겪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 2024년 4월 국민연금 가입자수 기준 전체 임직원수는 1만9465명이다. 대형마트 1만4000여명, 슈퍼마켓 2835명, 본사 및 물류센터 직원 1800여명이다. 

지난해(2024년) 6월 기준 홈플러스 매장수는 대형마트 135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332개, 물류센터 7개다. 대형마트 135개 중 홈플러스 소유 매장은 62개, 계약 매장은 73개다.  

MBK는 현재 회생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도 보유 부동산 자산은 4조7000억원 가량이라며 홈플러스 매장 매각해서 갚으면 된다는 식인데 애초부터 점포 매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유통업의 본질이라곤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자가 소유로 폐점 매각(13개)하거나 매각 폐점 대기(6개) 중인 매장은 19개, 계약 종료로 폐점(2개)하거나 폐점 대기(4개) 중인 매장은 6개로 폐점하거나 폐점 대기 중인 매장은 총 25개다. 다시 말해 이미 폐점한 매장은 15개, 폐점을 앞둔 매장은 10개다. 

점포 하나가 폐점될 때마다 점포에 딸린 인력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는다. 지역 사회 일상적인 소비생활과 밀접한 소매 채널로서 지역 시민들은 더 먼 대형마트까지 찾아가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소매 채널 하나가 사라지면 해당 지역의 가격 경쟁도 약화되며 소비자 부담 확대는 수순이 된다. 

통상 대형마트 점포 한 개는 100~200명 수준의 직영 직원들뿐 아니라 대형마트 특성상 이외 제품 판매와 진열을 담당하는 협력사 파견 직원, 청소 ·주차 등 외주사 직원, 입점사 점주와 직원까지 대개 직영 직원의 3~4배 인력의 생업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지금 법정 관리로 들어가면서 매각이나 폐점이 더 가속화하리란 우려가 있다"며 "전환 배치를 약속하더라도 실제 다닐 수 없는 거리의 점포로 배치된다면 퇴사 수순을 밟게 된다. 이 상황이 자신의 점포가 되리란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폐점은 홈플러스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점사들은 점포가 없어지면 인근에 점포가 있어도 못 간다.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당장 납품이 안 됐던 최근만 봐도 직원을 이마트 등 다른 기업들로 전환 배치시키는 이런 상황인데 점포가 없어진다면 아예 입점사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MBK는 당초 인수 당시 투자하기로 약속했지만 안 했던 1조원을 이 상황에서 현금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어떻게든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유통업 경영엔 관심도 없는 MBK 손을 떠나 정말 유통업을 제대로 할 수있는 곳으로 매각되기를 바라는 게 현재 홈플러스 직원들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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