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DIG에어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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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이호영 기자] 국내 산업용 가스 및 특수 가스 제조사 DIG에어가스가 5조원대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이미 한 차례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고 나가면서 현재의 맥쿼리자산운용이 다시 대주주로 들어온 것인데 이번에도 인프라 투자에 강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무엇보다 이처럼 사모펀드끼리 주거니받거니 하는 산업 영역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사모펀드 등 자본유입 확대 여부를 정부 등에서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용 가스가 3~4일만 공급이 끊겨도 우리나라 전 산업이 올 스톱 상태가 된다"며 "일반 국민들이 도시가스 형태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등 연료용 가스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중요한 것만큼이나 철강, 화학 등 여러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산소·질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도 이 가스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특수가스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단적으로 전 국민이 쓰는 휴대폰도 만들 수가 없다. 휴대폰뿐만이 아니다. 국민경제 영향력 수준은 지대하다"고 덧붙였다. 

DIG에어가스는 국내 3위 산업용 가스 제조사다. DIG에어가스 전신인 대성산업가스는 대성그룹이 1979년 프랑스 에어리퀴드, 일본 에어리퀴드와의 자본합작, 기술제휴로 설립했다. 산소·질소·아르곤 등 일반 산업용 가스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등을 취급 판매한다. 대성산업가스는 국내 점유율 2~3위를 유지해오면서 2014년 골드만삭스피아이에이(PIA)가 지분 60%를 인수했다. 이후 모기업 대성그룹 재무악화로 2017년 사모펀드 MBK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 것이다. 당시 MBK는 1조8000억원에 경영권을 사들였다.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은 제이피(JP)모간과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 DIG에어가스의 지분 100% 매각에 나섰다. 올 상반기 내 매각 완료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보다 앞서 2019년에 맥쿼리자산운용은 현재의 DIG에어가스를 MBK로부터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MBK로부터 인수할 당시에 약 590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7300억원 가량으로 불어난 데다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1336억원)과 당기순이익(1227억원)도 각각 25%, 247% 가량 모두 크게 늘면서 현재 매각가는 5조원대를 바라본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정치 2500억원에 업계 통상 거래 배수인 20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현재로선 특수가스가 쓰이는 반도체 등 수요 산업 침체가 변수로 떠오르긴 했지만, 통상 이들 산업용 가스 제조사는 주요 대기업과 15년 이상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강점이기도 하다. DIG에어가스 주요 고객사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있다. 

DIG에어가스 몸값이 조단위인 만큼 인수 후보로는 인프라 투자에 강한 콜버그그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 외국계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끼리 사고파는 것이 이 업계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다. 흔한 일"이라며 "사모펀드마다 성격이 다르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사모펀드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일례로 모험적인 성향의 사모펀드가 어떤 시설을 대폭 성장시켜서 큰 수익을 챙기고 나가면 이후 사모펀드는 안정적으로 임대료 성격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들어오는 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사모펀드가 기간산업인 가스 에너지 분야에 차츰 자본력을 넓히고 있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단기 수익성을 우선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비용을 강조한 구조조정 등으로 조직의 안정성, 기업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해칠 수 있다. 또 특수가스는 고압이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안전관리인데 이윤이 우선하도록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만 봐도 이윤 생산기지로 전락한 공공영역의 과도한 민영화 폐해 사례는 넘쳐난다. 국내도 민영화로 가뜩이나 에너지 공공성, 가스 공공성 훼손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요금 폭탄과 안전 위협 가능성 등 사모펀드 자본의 가스 기간산업 침투로 인한 영향 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 침체 및 불확실성 증가와 맞물려 변동성이 큰 산업보다 안정적인 수익이 강점인 인프라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가 인프라 투자 운용 경험을 차츰 늘려가면서 가스 등 에너지기업 인수 투자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이번 DIG에어가스 대주주인 맥쿼리자산운용(호주 거대 금융기업 맥쿼리그룹 소속)만 봐도 운용 중인 인프라 투자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를 통해 지난 2021년 해양에너지(광주광역시 및 전남도 8개 지역 도시가스 공급)와 서라벌도시가스(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도시가스 공급)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글로벌 운용 자산 규모만 약 6337억 달러, 한화 929조3000억원 가량이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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