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VIG, '선수금' 등 자금 운용 본격화...수백억원대 펀드 투자도
'눈먼 돈' 선수금 눈독?...기업들 앞다퉈 인수 나선 이유 꼽혀
'제2 티메프 터질라' 사각지대 예치금 비율 상향 요구 거세져
/ 사진=프리드라이프.
/ 사진=프리드라이프.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사모펀드(PEF) 브이아이지(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 인수 5년 만에 1조원대 엑시트를 앞두고 있다. 상조업계 진출로는 9년만이다.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금액은 약 2600억원으로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 VIG는 4배 가량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이미 VIG파트너스는 구주 매각과 배당, 자본재조정(리캡) 등을 통해 기존 투자금은 거의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세한 비금융 상조업을 선진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금융업도 아닌 사각지대에서 조단위 '선수금'을 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이야말로 노림수였단 지적이 나온다. 상조업계 선수금은 그동안 '눈먼 돈'이라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논란의 축이 오너가에서 사모펀드로 옮겨갔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VIG파트너스는 상조기업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KKR 인수 지분 24% 포함)와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단위 엑시트를 구상하고 있다. 웅진그룹이 인수 주체로 나섰지만 인수 자금 구조와 방안을 번복할 정도로 매각 자금은 일반 기업이 감당하기엔 녹록지 않은 규모다. 약 9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상조 시장에서는 운영 시스템을 선진화했다며 사모펀드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선수금 등에 대해 불안한 시각도 여전하다. 직접적으로 고수익 창출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기에 더 그렇다. 업계는 "현재도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다. 시장은 사모펀드가 들어온 전과 후로 나뉠 것 같다"며 "사모펀드가 고만고만하던 상조회사들을 인수해 현재 프리드라이프를 만든 셈인데 업계 시스템화를 주도했다"고 봤다. 이어 "앞으로도 사모펀드가 업계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너십이 강력한 보람상조는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한국교직원공제회 상조인 예다함 상조는 사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VIG파트너스는 중소·중견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에 특화된 사모펀드다. 주로 연관 업종 사업체를 잇따라 인수,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볼트온 전략을 구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 상조업계에서도 VIG파트너스는 2016년 좋은라이프(65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17년 중견 상조기업 금강문화허브와 모던종합상조를 잇따라 인수,  2020년엔 프리드라이프(옛 현대종합상조)를 사들여 합병하는 볼트온 전략으로 상조업계에서 덩치를 키워왔다. 2021년 1월1일부로 프리드라이프는 지배회사인 좋은라이프를 역합병(2643억원에 인수 회계처리)했다. 최근엔 배당만 연간 1000억원 가량을 실시해올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오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계 1위다. 지난해(2024년) 기준 매출 2767억원, 영업이익 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 30% 확대됐다. 부금선수금(선수금) 규모만 VIG파트너스 인수 후 3배 가량이 늘어나 지난해 12월 기준 약 2조5607억원이 됐다. 

후불제 상품도 있긴 하지만 상조 서비스는 상조 패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실제 이처럼 10·20·30년을 만기로 400만·500만원 등 정해진 금액대의 상조 패키지 상품에 가입해 월 3만원이든 4만원이든 할부금을 내게 되는데, 이 할부금이 모인 게 선수금인 것이다. 

상조 소비자 보호를 위해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예치금은 1661억원 수준으로  보증계약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선수금 대부분을 자체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금은 통상 재무적으로 부채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자없는 빌린 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VIG파트너스는 업계 처음으로 프리드라이프에 자산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자산운용 전문성을 높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주먹구구식에서 체계적으로 선수금 등을 굴린 것으로 읽힌다. 실제 VIG는 프리드라이프의 수백억원대 자금으로 펀드에 출자까지 했다. 

업계는 "다시 팔고나가야 하는 사모펀드인 만큼 약점인 오너십을 철저히 배제하고 강점을 최대화했다. 선수금 부채를 자산화시키고 장례식장도 브랜드화하는 식으로 자산을 늘려왔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애초 이런 선수금을 노리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986억원) 77% 가량인 759억원이 이자수익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서까지 코웨이나 웅진 등 기업들이 무리해서라도 앞다퉈 상조업계에 발을 담그는 이유도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이런 현금 운용 가능성 등에 있다고 본다. 

상조업계 선수금은 이제 9조4486억원(2024년 3월 기준)으로 거의 10조원을 내다본다. 가입자는 1000만명에 육박(892만명)한다. 기업 78개 가량의 업계에서 프리드라이프와 교원라이프, 대명스테이션, 예다함상조, 보람상조 등 상위 기업들이 선수금 거의 대부분(3분의 2 가량)을 거둬들이고 있다.

또 흔히 '관혼상제'  관련 상품과 서비스는 일생에 한번 뿐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 가격 중 거품 논란이 가장 많이 일고 있는 분야이기도 한데, 상조업계 대부분 이를 위주로 전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높여오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에서는 상조업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다. 

상조 상품은 20~30대 젊은층 유입으로 성장세도 가속화하면서 소비자 보호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는 "돌잔치, 환갑 등은 규모가 줄고 있는 추세지만 결혼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여행 등으로도 무게 중심이 많이 옮겨진 상태"라고 했다. 프리드라이프는 여행 분야가 강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젊은층 유입이 확대되며 어학연수·교육 등 여러 전환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업계는 2019년 정부가 개정 할부거래법 자본금 기준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고 의무예치금 기준을 50%로 설정하면서 업체 절반 가량이 정리된 상태다. 현재 국회 등을 중심으로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예치 비율을 80%, 100%까지 높이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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