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조선사 선급으로부터 고부가 가스선 AIP 인증 획득
“친환경 기자재 공급 요원...AIP, 시장에서 경쟁력 의미 아냐”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중형 선박을 주력으로 건조하는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LNG 이중연료 추진 화물선 등 친환경 선박을 수주·건조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형 조선사들이 해운 시장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정비례하는 친환경 선박의 수요를 대비함으로써 생존해야 한다는 현실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이상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형 선박 건조 시장에서 단연 앞서고 있는 조선사는 HD현대미포이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친환경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지난달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4척을 수주했다. LNG 벙커링선은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이 항만에 접안하지 않고 해상에서 LNG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바다 위 주유소'로 불리는 선종이다. HD현대미포는 지난해 11월 이스턴퍼시픽시핑(EPS) 및 MSC로부터 수주한 4척에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미포는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있어서도 다른 중형 조선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 중형 암모니아 추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4만6000㎥급) 건조에 착수했다. 또 이 회사는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주된 이산화탄소 운반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선박을 건조 중이며 HD현대 조선 계열사와 함께 기술 고도화에 열중하고 있다.
HJ중공업과 케이조선, 대한조선 등 중형 조선사들도 LNG 벙커링선과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원유운반선·석유화학제품선 등 친환경 선박을 건조·인도해 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조선사는 국내외 선급 기관으로부터 암모니아·에탄올·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의 화물·연료탱크에 대한 기본(설계) 개념 승인(AIP·Approval In Principle)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실제 케이조선은 지난해 말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탱커)의 AIP 인증을 받았다. 같은 시기 HD현대미포가 암모니아 추진 LPG 운반선 건조에 착수한 것보다는 이전 단계지만 케이조선은 이미 LNG 이중연료 추진 중형 PC탱커 건조에도 성공해 선주에 인도한 이력이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케이조선이 암모니아 추진 PC탱커의 건조가 아닌 AIP 인증이란 초기 단계지만 선박의 추진 연료가 LNG에서 암모니아로 진일보한 것 자체가 중형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건조 역사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케이조선은 지난해 5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1만2000㎥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에 대한 AIP 인증을 받았다. 해당 선박은 케이조선과 LNG 선박용 보냉재 기자재업체인 동성화인텍,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전문기업 선보공업, KR의 4자 공동개발 프로젝트(JDP)를 통해 개발됐다. 케이조선은 이 선박의 기본 및 구조 설계를 진행했다.
한 조선업 전문가는 “국내 중형 조선사는 친환경 가스 운반선에 탑재되는 화물·연료탱크 등 핵심 기자재의 대부분을 기자재업체에서 공급하는 제품을 그대로 구매해 사용한다”며 “설계 역시 전문 회사에서 전담해 주는 아웃소싱 결과물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조선소에서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국내외 선급에서 획득한 AIP 인증 역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급 입장에서 봤을 때 중형 조선사가 개발한 친환경 선형이 자신들의 기술 표준에 부합하면 큰 무리가 없는 이상 AIP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국내외 선급은 각각 자신들의 규칙과 국내외 규정 검토를 통해 독자적인 설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사가 개발한 선형이 이러한 설계 기준 관점에서 봤을 때 타당하면 선급은 AIP 인증을 허가해 주는 것이 현실이다. 신조 시장은 이러한 선급 AIP 인증이 안전, 친환경 측면에서 객관적인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형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은 조선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기자재와 같이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연계해 한국은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 연구위원은 “중국의 친환경 선박 개발은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기자재를 국영 조선기업인 중국선박집단(CSSC) 산하 연구소들이 각 조선소에 거의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나 체계가 없어 사실상 민간 기업인 개별 조선사가 기술 개발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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