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사실상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절차를 모두 밟아 놓은 상태 아닐까요. 업계에서도 한국GM이 언제든지 공장을 매각하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격 행보가 이어지면서 한국GM을 둘러싸고 이 같은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내수 시장 입지는 쪼그라드는 데 신차는 전무하고, 미국 수출량이 대부분인데 관세 부과 엄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GM 공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GM은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총 3만9655대를 팔아 지난해 2월보다 판매량을 29.5% 늘렸다. 내수 판매량은 1482대로 여전히 부진했지만 해외 수출량이 3만8173대로 전월 대비 25.6%, 전년 동월 대비 33.3%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이로써 수출 물량은 성수기였던 지난해 12월(5만1524대) 대비로는 위축됐지만 작년 평균(3만9561대)과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GM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둡기만 하다. 내수 시장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가운데 수출 물량의 대다수가 '관세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 향하는 까닭이다. 한국GM은 지난 2020년 22%를 웃돌던 내수 판매 비중이 지난해에는 5%까지 줄면서 5년간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수출 비중은 77%에서 95%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미국으로 향한 차는 전체의 9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확대는 한국GM에 양날의 검인 셈이다.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4일 "한국이 군사적인 도움을 주는 미국에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원칙으로 잘못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 대우에 따른 양허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은 것을 두고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한국이 불공정 무역흑자를 펼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의 배수진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결국 상호관세의 명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상호관세가 10%만 부과되도 한국GM은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해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총 47만4735대 수출했다. 이 가운데 연간 판매량 29만5883대를 기록한 트랙스를 대당 2만달러(2900만원)로 단순 계산하면 트랙스 단일 차종의 총매출은 60억달러(8조6490억원)로 추산된다. 여기에 10% 관세가 붙어 값이 2만2000달러로 오르면 차액만 7210억원에 달한다. 트랙스 단일 모델만으로 한국GM이 2023년 거둔 영업이익(1조3506억원)의 절반 이상 부담이 생긴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한국GM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철수설이 확대 재생산돼도 요지부동이다. 호주(2013년), 인도네시아·태국(2015년), 유럽·인도(2017년), 군산공장(2019년) 등 연이어 공장을 매각해 철수해온 GM의 행보로 비춰보면 철수설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한국GM이 연구·개발 법인(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을 인적 분할한 점을 두고 매각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생산 계획을 돌연 철회한 점, 17.02%를 보유 중인 산업은행의 지분 소유 기한이 2028년으로 3년 앞으로 다가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GM은 지난달 28일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먼슬리 커넥트(Monthly Connect)' 프로그램으로 국내 대리점, 서비스센터 등을 찾았다고 4일 알리면서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월례 행사를 확대 해석했다는 점에서 별다른 행보가 아닌 것으로 일축됐다. 비자레알 사장이 "올해 내수 판매 성장"을 목표로 밝혔으나 월간 1400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 신차 없는 회복은 요원하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부평 2공장 가동 중단 등에 따른 2000여명의 희망퇴직, 3년간 임금 동결 등 부침을 겪어왔다. 말로만 ‘내수 회복’을 외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내수를 회복하고 공장 철수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장의 책임감 있는 행보와 대응책 제시가 필요하다. 신차 출시 계획도 저울질이 아닌 현실화가 급선무다. 지금처럼 어물쩍거리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물론 시장과 식구가 딸린 한국GM 노동자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는 오점만 남길 수밖에 없다. 2018년 8100억원의 혈세를 가져가 정상화에 보탠 최대주주 산업은행도 마냥 뒷짐지고 서 있을 때가 아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