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LFP에 전고체까지 '야심'…정의선 회장 공들여
글로벌 내재화 BYD 유일…테슬라 4680 고초 여전
"궁극적인 목표…더 낮출 수 있는 요인도 찾아야"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으로 '유턴'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배터리 자체 생산에 골몰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의왕연구소 배터리 연구동 가동과 함께 배터리 전문 연구소인 안성연구소 터파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내재화로 전기차 수직 계열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테슬라의 전례로 험로가 예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달성해야 한다는 평가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의왕연구소에 배터리 연구동을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이곳에는 궁극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의 파일럿 라인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시험 생산 라인으로 양산에 돌입하기 전 테스트 성격이다. 배터리 연구동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점검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곳으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서울대학교와 배터리 공동 연구에 나선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배터리 기술 인재를 채용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의왕 배터리 연구동과 함께 '안성연구소'로 불리는 안성 배터리 센터 건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빌리티 알파라인 안성센터(MAAC)로 알려진 안성연구소는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춘 연구 시설이다. 안성 제5일반산업단지에 연면적 약 10만㎡ 규모로 들어설 안성연구소는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삼원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뿐만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등을 자체 생산하기 위한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남양·마북·의왕연구소 등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4대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자체 생산에 성공할 경우 원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익성이 낮은 대표 차종인 전기차에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기차 값의 40%에 육박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공급하면 관련 외주 비용까지 아낄 수 있어 내연기관 차종에 근접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 현대차그룹·테슬라 등 내재화 몰두…"궁극적 목표"
고초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현재 전 세계 완성차 제조 회사 가운데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업체는 중국의 BYD가 유일하다. 기술력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앞서 배터리 자체 생산에 돌입한 테슬라의 전례도 이를 말해준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0년 개최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뒤 개발에 나섰지만 수율(합격품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습식 전극 공정보다 전력 소비량과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식 공정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CATL이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전문 업체와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달성해야 할 목표라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흐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과도기인 만큼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내재화는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대용량 전기차 배터리는 큰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해 길게는 10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배터리 개발·생산 기간에 자동 생산 등 차값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자체 생산에 성공하고 규모의 경제까지 달성하면 수익 확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