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벤츠, 내연기관 확대 선언…BMW·볼보·포드에 동참
"전동화는 롤러코스터"…현대차. EREV로 선회
전 세계 절반이 중국산…낮은 수익성도 원인
"규모의 경제 달성 못하면 원가 절감 한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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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내연기관 투자 확대에 나선다. 전동화 연기로 방향타를 수정한 지 1년 만에 나온 전략이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탓으로 풀이된다. 내연기관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까지 맞물려 수익성 악화에 빠진 업체들이 잇달아 내연기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 벤츠, 2027년까지 내연기관 19개 차종 출시

24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독일 벤츠 본사는 오는 2027년 말까지 내연기관 차종 19개, 전기차 17개 등을 출시한다.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내연기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매출액은 1456억유로로 전년보다 4.5% 줄었고 영업이익은 197억유로에서 136억유로로 31% 가까이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23% 감소한 18만5100대에 그쳤다. 마이바흐, S클래스 등 고급 대형 세단이 주요 수익원인 승용 부문의 악화 탓이다. 승용 판매량은 198만3000대로 전년보다 3% 줄어 이 부문 영업이익은 39.1%까지 쪼그라들었다.

전면 전동화를 미루고 내연기관에 힘을 주는 회사는 벤츠뿐만 아니다. 독일의 BMW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엔진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BMW 이사회 멤버인 요헨 골러는 지난달 "전기차로의 전환은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될 것"이라면서 전동화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올리버 집세 회장은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내연기관 금지를 두고 상당히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볼보와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전동화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전동화를 선언했던 볼보는 작년 이를 전면 철회했고 같은 해 포드도 동참했다.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려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지로 선회한 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연구 조직을 되살린 데 이어 내연기관과 전기 베터리를 결합한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의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장악과 전기차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낮은 수익성 등이 대표적이다.

◆ 중국산 공세에 '전기차 NO' 트럼프까지…수익성도 '글쎄'

중국은 값싼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BYD는 지난해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총 413만7000대를 팔았다. 저가 전기차인 '송'을 비롯해 '시걸', '친' 등이 급성장한 덕을 봤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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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BYD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매출이 테슬라를 앞지르기도 했다. BYD 외에도 지리자동차, SAIC, 창안, 체리자동차, 리 오토 등의 판매량을 모두 더하면 중국산 친환경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825만6000대에 달한다. 전체 판매량의 47%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벤츠와 BMW 등은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이 각각 17%, 13.4% 줄었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 시장에서 전년보다 10% 가까이 감소한 292만8100대를 팔았다.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수익이 부진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70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 점도 언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당시부터 "내연기관을 부활시키겠다"라면서 전기차 후퇴를 공언한 인물이다. 지난달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 전기차 충전소 전면 폐쇄를 추진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기차의 수익성이 낮은 점도 큰 걸림돌이다. 역사가 오랜 내연기관 제조 업체들은 더딘 연구·개발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로 가뜩이나 남는 것이 없는 전기차의 메리트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2023년 기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마진은 대당 12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은 현대차그룹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한 대의 제조 원가를 1억원으로 산정할 경우 5만대를 생산하면 7000만원, 10만대를 생산하면 5000만원으로 원가가 내린다"며 "하지만 배터리 자체 생산이 안 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라고 분석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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