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사 10곳 R&D 비용, 글로벌 제약사 1곳 수준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을 위해 보다 많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진행된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기존 대체약제 대비 효과가 월등히 개선된 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는 것은 현 국내 제약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신약 5개와 수입신약 32개 등 총 37개(20개 성분)의 신약이 허가됐다. 모두 외국 기업이 개발했거나 개발 후 국내사가 제조하는 약으로 국내 기업이 직접 개발해 허가를 받은 신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올해는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가 탄생했지만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 개발 상황은 녹녹치 않다.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도 “국내 제약기업 역량만으로는 아직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 개발을 완수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국산 신약 개발이 어려움을 겪는 주요인은 결국 ‘자금’이다.
지난해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사 10곳의 연구개발비는 총 1조 9836억원이었던 반면 글로벌 10대 제약바이오사는 총 1265억 달러(약 171조 5700억원)에 달했다. 상위 제약사 10개 수준을 합쳐도 글로벌 제약사 1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우 이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1개당 수 조원 규모에 R&D 비용을 들이고 있으나 국내 기업은 1000~3000억원 수준에서 신약개발 완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제약 환경의 한계로 신약 출시시점이 늦거나 개량신약 또는 제네릭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개발의 핵심은 시장 등장 시점이고 이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돈”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성공가능성이 낮고 임상개발 비용 소요 등으로 매우 긴 죽음의 계곡이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유승래 교수는 국내 신약 도입 여건에 대한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동일기전 기존약제보다 질환·성분·제제 특성상 추가편익이 기대되는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신약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업화되고 R&D로 선순환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규모는 지난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파이프라인 수도 11%p 늘어난 3233개로 글로벌 4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민간 부문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 규모는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적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최근 투자분위기도 악화됐고 선진 국가들에 비해 기술 수준도 낮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프레스 세미나는 ▲약가정책과 산업육성 로드맵(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신약 개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어떻게 건널까?(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신약개발 트렌드① ADC와 TPD(김정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신약개발 트렌드② 연합학습 기반의 AI 활용(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M&A 성공사례 분석 및 한국기업에의 시사점(한종수 신한투자증권 팀장)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K-제약바이오의 위기 혹은 기회(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 등으로 구성됐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