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정부, 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
미국, 중국의 발전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
국내 기업, 글로벌 산업 재편에 대비해야
중국과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해 바이오분야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산업 재편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이미지 투데이 제공
중국과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해 바이오분야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산업 재편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이미지 투데이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중국과 미국이 자국의 바이오산업 육성을 두고 안보 문제까지 결합시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의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과가 불발됐던 생물보안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법안 진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와 로이터 등 주요 매체는 미국 국방부가 총 134개의 기업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군사기업(Chinese military companies)'으로 지정했다고 알렸다. 

중국군사기업 지정 리스트에는 중국 BGI그룹, MGI Tech 등 4개의 유전체 분석장비 제조·분석서비스 기업과 2개의 바이오 관련 기업이 포함됐다. BGI그룹과 MGI Tech는 생물보안법의 규제대상에 지정됐던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생물보안법 제정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바이오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작년 한해 약 300억위안(약 5조 9508억원)을 바이오 제조산업에 투자했다. 첨단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올해도 이어가며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리더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신흥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바이오제조를 육성해 왔는데, 미국 정부는 이런 중국의 발전에 대해 미국의 국가와 경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바이오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미국에 맞불을 놓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통과를 대비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승승장구하던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생물보안법안의 영향으로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시 바이오그룹은 지난해 12월 우시앱텍 CGT(세포유전자 치료제)사업부를 미국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우시바이로직스는 올해 1월 백신 제조시설을 미국 머크에 약 5억유로(약 7512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계획 등을 밝히며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생물보안법 통과가 지연되더라도 빅파마들의 신규 수주시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선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은 생물보안법이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들의 CDMO 도전이 특히 많았다. 셀트리온은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해 CDMO 분야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2031년 기대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휴온스는 바이오의약품 기업 팬젠을 인수하며 CDMO 사업 확장에 나섰다. 앞서 팬젠과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 휴온스랩은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  위수탁 계약을 맺은 바 있어 가족사 간 사업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BMS의 시라큐스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CDMO 사업에 뛰어들어 송도 바이오 캠퍼스에 총 36만ℓ의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모두가 CDMO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에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CDMO 매출은 2029년까지 연평균 14.3%씩 성장해 438억5000만달러(약 63조 9245억원)에 이른다.

장민환 iM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CDMO 기업인 론자는 저성장 사업부를 분리하고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CDMO 사업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며 "이런 개편은 지난해의 정체에서 벗어나 올해 20%의 매출 성장(고정환율 기준)을 달성하기 위함으로, 위탁생산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입법 과정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물보안법 제정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되 산업 재편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신흥국을 통한 바이오의약품 원료 조달에서 미국의 무역통제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려 품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생물보안법에 따른 바이오의약품 CDMO 산업 재편이 가시적이기 때문에 제3국으로의 대체 공급망 확보 여부를 검토하고 산업 재편이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 일본과 같은 미국의 또 다른 우방국으로 세팅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와 공급망 파트너십 강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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