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뛰어넘었다는 평가 제기
중국 맞춤형 전략 통한 공략 필요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며 중국 견제 기조가 강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 역시 돌파구를 찾아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기회도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지목했다.
실제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바이오, 국방, 우주 등의 핵심 기술 64개에서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 순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57개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핵심 기술 ▲합성생물학 ▲바이오제조 ▲신규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유전공학 ▲유전체시퀀싱·분석 ▲핵산·방사선의약품 ▲백신·의료대응기술 7개 중 중국이 4개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3개를 차지한 미국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ASPI는 "이번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막대한 투자와 수십 년에 걸친 전략 계획이 현재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기술적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기 또는 임시 투자만으로는 얻을 수 없고 과학적 지식, 인재와 우수한 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축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의 바이오기업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긴 생물보안법 발의를 통해 중국을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와 미국 로비공개법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인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의회 대상으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전개해 생물보안법 통과를 저지했다.
우시앱텍의 경우 2024년 한 해에만 총 117만달러(약 16억 8082만원)의 로비 금액을 지출했으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5만5000달러(약 6억 5374만원)을 사용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해서도 대응하고 나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진스크립트 등의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이니셔티브(PSCI)에 가입을 완료했다.
PSCI는 의약품 분야에 특화된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책임 있는 비즈니스 관행과 공급망 관리 표준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PSCI의 공급기업 파트너십에 가입하려면 PSCI 회원사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감사보고서를 공유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통해 회원사들 간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펼치는 공세를 중국이 막아내며 힘겨루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 포기할 수 없으므로 두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중국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중국 제약시장은 2023년부터 연평균 7%씩 성장해 올해에는 3320억달러(약 477조 2168억원)규모로 성장한다.
또한 중국 내 제약바이오 관련 연구개발(R&D)비용은 2015년 3500만달러(약 503억원)에서 2023년 150억달러(약 21조 5640억원)까지 확대됐을 정도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중국 제약산업 현황 및 중국 진출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의 의약품 공급망 재편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중국 기업을 대체해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기회이자 중국 기업 간 협력 확대 기회라는 두 가지 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 방식은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소아용 의약품과 새로운 제형의 의약품, 미용 관련 의약품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중국 역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경구용 의약품보다는 노인들이 지속적·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착형 등 새로운 제형의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 대비 소아용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소아용 의약품이 중의약으로 개발돼 어린이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맛, 향, 캐릭터 등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제품에 담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의 국내 기업 생산공장 인수를 통한 협업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일본의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 역시 생산구조가 개편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산진 관계자는 "새로운 생산구조 형성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려면 중국 내 출발 물질 공급상과 관계를 미리 구축해 놓는 등의 한국 기업들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을 하는 경우는 중국 내 직접 투자보다 중국 파트너 간 기술 합작을 통한 중국 진출 전략이 이점이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정치적인 요인이나 환경 규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현지의 시장 수요와 돌발 상황을 이해하고 중국 정부의 정책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