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美 실적으로 상쇄…트럼프 2기엔 보조금 폐지 등 불확실성 고조
효자 역할한 HEV 전환도 쉽지 않아…노조 협의 필요
추격하던 혼다-닛산 통합 시너지 실현시 현대차 입지 축소 우려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내수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수요 감소, 소비 심리 위축 등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는 미국 시장에서 질주한 덕에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부터는 '트럼프 리스크'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만큼 혹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혼다-닛산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이 도전에 직면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 내수 타격…합산 판매량 8%↓ 전망
29일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실적 현황을 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상용차를 포함해 총 62만7495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아는 특수차를 포함해 49만5814대의 실적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10.3%, 기아는 4.8% 줄어든 규모다. 양사의 월평균 판매량을 추산했을 때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 68만4540대, 기아 54만888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7만7537대, 2만4938대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 감소세가 급격했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내수 판매 예상치를 70만4000대로 잡았다. 공급 정상화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짰지만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내수 볼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아와의 합산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총판매량은 지난해 132만7903대에서 올해 122만5428대로 7.7% 줄어들 전망이다.
◆ 美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차로 실적 방어
현대차·기아의 실적이 주춤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시장에서 코로나19로 밀렸던 출고가 지난해 모두 해소되면서 수요 자체가 줄었고 고금리, 고물가가 고착하면서 소비 심리 회복이 요원한 점을 언급하고 있다.
내수 시장 실적은 후퇴했지만 해외 실적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역대급 실적을 잇달아 경신한 덕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154만8333대를 팔았다. 비중은 23.3%로 3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상반기 15만5702대를 기록한 친환경차 판매는 하반기 들어 8월 판매량이 3만2938대로 전년 동월 대비 18.1% 증가했다. 이후 10월 3만1668(52%↑), 11월 3만5529(77.5%↑)로 급증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10월과 11월 판매 증가율이 각각 20.6%, 33.7%를 나타내 월간 기록을 새로 썼다.
◆ 내년 '트럼프 리스크' 본격화…불확실성 커져
다만 현대차·기아가 내년에도 미국에서 이 같은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대대적인 손질이 예상되는 탓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소비자 보조금을 폐지하고 충전소 건설 예산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업계가 당초 일부 축소로 예상했던 보조금은 폐지까지 확대됐다. 76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에 공장을 세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HEV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도 어려움이 따른다. 현대차와 기아는 특정 차종을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공장을 설립할 경우 노사 위원회를 통해 심의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 2021년 현대차 노동조합(노조)과 기아 노조는 국내 생산 물량 감소와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에 반발하기도 했다.
◆ 혼다-닛산 합병 논의에 긴장감 고조
일각에서는 일본의 혼다와 닛산이 합병 논의를 발표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398만대, 337만대를 팔았다. 두 업체의 합산 판매량은 735만대로 현대차그룹을 소폭 넘는 수준이다.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 자동차까지 합병에 가세하면 8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들이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판매량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혼다는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현대차를 맹추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 3분기 첫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 뒤 1만5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혼다가 전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도 이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이 기간 2만9609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닛산은 앞서 르노와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노하우를 쌓아왔고 혼다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 드론, 자가용 비행기에 휴머노이드 '아시모' 등 로보틱스까지 도요타를 대적할 만큼 기술적인 노하우가 상당한 기업"이라며 "이 같은 장점이 시너지를 내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다만 ”이들이 단순한 얼라이언스를 맺는 것에 그치면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