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호 스포츠부 기자.
류정호 스포츠부 기자.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평소 프로배구를 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 우리 지역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지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여자부에서는 2023-2024시즌 V리그 통합 우승 팀 현대건설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곤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하기도 했다. 개최지 통영시의 적은 인구 탓이다. 통영시의 인구는 지난달 기준 약 11만9000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컵이 열린 전라남도 순천시(약 27만6000명), 경상북도 구미시(약 40만4000명)에 비해 적은 인구 탓에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대회가 열린 통영체육관엔 연일 관중이 가득했다. 실제로 남자부 결승에선 총판매 좌석 1825석에서 관계자석 일부 오픈 및 시야 방해석 일부 안내 후 판매를 진행, 총 관중 수 1922명이 입장해 판매 좌석보다 많은 인원이 통영체육관을 찾았을 정도다. 이어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도 1일 1864명, 3일 1725명, 4일 1753명이 입장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자랑했다.

이번 대회는 개최 시기와 통영 시민들의 배구에 대한 관심이 완벽히 맞아떨어진 덕에 흥행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말에 열리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이 가능해졌고, 그러면서 대회 수준도 격상됐다. 그간 KOVO컵은 7~8월에 열리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되지 않아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각 팀이 온전한 전력으로 대회에 참가해 정규리그와 같은 치열한 경기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KOVO컵은 프로스포츠에 대한 통영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줬다. 역사상 통영시를 연고로 삼은 프로스포츠 구단은 없었고, 지역에서 열린 프로스포츠 컵대회도 지난 2022년 프로농구 KBL 컵대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통영 시민들은 프로스포츠 대회 개최를 반겼다. 특히 최근 프로스포츠 흥행을 이끄는 젊은 여성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가족 단위 관중도 통영체육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남자부 결승에서 만난 한 통영 출신 여고생은 “평소 배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보기 힘들었다. 통영에서 그나마 가까운 창원, 부산에도 배구팀이 없다”며 “태어나서 프로배구 경기를 직접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가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 더욱 오래 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가족들과도 함께 오고 싶다”고 바랐다.

KOVO컵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통영체육관 맞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바빴던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당황했지만 매출이 올라 기쁘다”고 웃었다. 아울러 한 도시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든 경기들이 열린 만큼, 구단과 관계자들이 장기 체류하면서 소비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통영 내수 진작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KOVO컵의 통영 개최는 프로스포츠 불모지에 스포츠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내년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KOVO컵이 이후에도 꾸준히 지방 개최를 이어간다면 배구 흥행에 적지 않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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