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해 운전자 "브레이크 밟았는데도 차량 멈추지 않아"
시청역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제공
시청역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지난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부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운전자가 사고의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사고가 급발진일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 원인에 대해 급발진과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했을 가능성 모두 열어놓고 수사 중이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경 운전자 차모(68)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차씨는 일반통행 도로를 역주행으로 달렸고, 인도로 돌진해 9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냈다. 차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차씨가 현재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는 운전 베테랑이고 40년 경력의 무사고 운전자로 알려지면서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 했으나, 사고 목격자들은 “(사고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다”, “(급발진이라면) 차량을 세우기 위해 뭐라도 박았을 것이다”라며 사고 급발진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고가 급발진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도심에서 시속 10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달렸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급발진 의심사고와 비교해봤을 때 급발진으로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조사자문위원이자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최영석 객원교수는 “지금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며 “급발진일 가능성은 많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방추돌 방지 장치와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차량이 멈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차량의 결함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전방추돌 방지 장치는 가속페달(액셀)을 세게 밟으면 (멈췄다가) 출발을 하게 돼 있다”며 “다만 차량이 인도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전방추돌 방지 장치가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는 “전방추돌 방지 장치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최악의 경우 만약에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다가 야생동물이 뛰어들었는데, 전방추돌 방지 장치가 순간적으로 야생동물을 인지하고 차량을 완전히 제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전방추돌 방지 장치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인지하거나 복잡한 골목길에서 사람들을 인지해서 경보음을 울리고 차량을 제동하는 기능이지, 시속 100km로 돌진하는 데 순간적으로 사람을 인지하고 차량을 멈춰세우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며 “제동 후 운전자가 액셀을 밟을 경우 기능이 풀리는 건 운전자 안전과 2차 사고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이크에 대해 최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혼동하는 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전자제어식 ABS가 작동을 하지만, ABS를 다 뽑아버리고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은 물리적으로 서게 돼 있다”며 “다시 말하면 뭔가 잘못돼서 예를 들어 차가 막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도) 브레이크만 정확히 밟으면 선다”고 말했다.

이어 “가속 페달을 안 밟았는데 차는 튀어나갔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는데 급하게 튀어나갔다는 상황은 일어날 수 있지만 브레이크를 정확히 밟았는데 차가 안 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시스템이 이상하면 브레이크가 안 밟은 것처럼 느낄 수 있는데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일단 무조건 서야 하지만, 실제로 운전자들한테 테스트를 해보면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는 분은 많이 못 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서 “브레이크 등이 들어왔다 안 들어왔다는 갖고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브레이크 등이 살짝 들어왔다하더라도 자동차 제작사에서는 두 발로 운전했다, 양발로 운전했다, 브레이크 살짝 밟고 가속페달을 세게 밟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 등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 차량이 구형 제네시스라 전자화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한계로 지적했다.

현재 경찰은 운전자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씨가 부부싸움으로 다툰 후 홧김에 풀 액셀을 밟았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고, 급발진을 특정해서 수사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량이 단독으로 사고를 난 것도 있지만 다른 차량을 받은 것도 있기 때문에 그 차량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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