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에 이어 3명의 부상자를 낸 국립중앙의료원 택시 돌진 사고의 운전자가 각각 68세와 70세로 밝혀지면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청역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는 버스기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는 택시기사로 알려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안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4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AS에서 지난 3년간 ‘가해운전자 연령층별 월별 교통사고’를 확인한 결과 사고건수와 사망자수가 동시에 증가한 연령층은 65세 이상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고건수는 2021년 20만3130건에서 2023년 19만8296건으로 2년만에 2.4% 감소했고, 사망자 수도 2021년 2917명에서 2023년 2551명으로 12.5% 줄었다. 60세 이하에서는 사고건수와 사망자수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으나, 61~64세에서는 사고건수가 증가했고 65세 이상에서는 사고건수와 사망자수가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운전자의 각 연령대별 사고건수를 살펴보면 △ 20세 이하는 6960명에서 5591명으로 19.7% △ 21~30세는 2만9076건에서 2만4975건으로 14.1%△ 31~40세는 3만304명에서 2만7669명으로 8.7% △ 41~50세는 3만6480명에서 3만3428명으로 8.4% △ 51~60세는 4만6938건에서 4만4322건으로 5.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 61~64세는 1만8578에서 2만46명으로 7.9% △ 65세 이상은 3만1841명에서 3만9614명으로 24.4% 늘었다.
가해운전자 연령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 20세 이하는 85명에서 60명으로 29.4% △ 21~30세는 360명에서 296명으로 17.8% △ 31~40세는 350명에서 260명으로 25.7% △ 41~50세는 494명에서 357명으로 27.7% △ 51~60세는 639명에서 585명으로 8.5% △ 61~64세는 278명에서 248명으로 10.8% 줄었다. 반면 △ 65세 이상에서는 709명에서 745명으로 5.1% 늘었고, 다른 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2배에서 8배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증 반납률이 2% 안팎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내에서 지난 2018년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75세 이상자의 면허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인지능력 자가진단이 포함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고령자 운전적합성 평가 체계를 일부 강화했으나, 도로주행 등 실차 평가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실제 운전능력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령의 버스·택시기사가 내는 사고가 늘어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안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80대 기사가 몰던 관광버스가 고창담양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수습하던 경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에서는 70대 택시기사가 몰던 택시가 빠른 속도로 달리다 승용차와 시내버스를 들어받아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고령 운전기사들이 내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동시에 피해도 큰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개인택시운수종사자 기준 주행거리 100만km당 교통사고 건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1.03건으로 비(非) 고령 운전자 0.72건보다 43.1% 높게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나, 65세 이상 고령 택시운수종사자의 운전자격 검사에선 지난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이 0.22%에 불과해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 실시한 ‘택시 운전자 연령 제한’에 대한 설문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를 타기 불안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 운행 택시 이용 경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적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531명 중 47.3%가 ‘약간 그렇다’, 26.4%가 ‘매우 그렇다’라고 답하며 약 74%의 이용자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에 국내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기사들이 수익이 높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배달업계로 떠나면서 오래되신 기사들이나 퇴직 후에 새로 들어오신 일부 있다보니 나이 많은 기사들이 많은 게 아닐까 싶다”며 “젊은 기사들을 뽑고 싶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고, 들어와도 일이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이가 많아서 무조건 문제라기보다 장시간 운전에 적합하지 않거나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할증,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안전 문제 등이 우려된다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정부 차원에서 운전적성정밀검사나 특별검사를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수의 운수업계 종사자들에 운전적성정밀검사와 특별검사의 난이도에 대해 물으니 “아무나 다 통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운전적성정밀검사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 중 만 65세에서 70세 미만은 3년마다, 만 70세 이상은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문의한 결과 “이 검사는 불합격할 경우 2주 후에 다시 받을 수 있고 횟수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합격률이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전 중 사상자를 낸 운전자의 경우 특별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검사는 합불 여부나 점수에 상관없이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수업계에 종사하는 고령 운전자들 사이에선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택시 부제 부활, 정밀검사 주기 단축 및 강화 등으로 수입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 모(65)씨는 “60살 되면 그만둬야지, 65살 되면 그만둬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왔다”며 “자식들 키우느라 노후대비를 전혀 못했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시청 사고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당장 돈을 벌어야 하니까 정부에서 나이가 많다고 제재를 가한다던가 손님들이 나이가 많다고 탑승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냐는 말들을 한다”며 “그렇다고 고령 운전자는 다 교통사고를 낼 거다, 고령 운전자라서 사고를 냈다는 편견은 안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 모(68)씨는 “안 그래도 택시기사들 단톡방에서 한동안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냈느니 고령 운전자를 어떻게 해야 한다느니 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 얘기했다”며 “내 나이가 실제로 몇 살로 보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이보다는 나이가 많아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젊어도 운전하기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찬성한다”며 “택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만약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사양이나 장치들에 대한 지원을 해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