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수출 기반 확충시 림팩훈련 참가전력 절반은 K-함정”
美함정 MRO 확보에 촉각…"미 대선에 따른 차별화된 수출전략 필요"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확대로 전세계 각국이 해군력 증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최강자인 한국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함정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함정 인프라 구축으로 함정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Janes)는 글로벌 함정 방산시장이 향후 10년간 820억달러(113조원), 1100여척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MRO 사업도 30년간 연평균 약 7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중갈등 악화와 함께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 가속화되자 미국은 현대화를 통한 해군력 강화에 나섰다. 그간 미 해군 함정 건조와 MRO 등은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조선사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미국 조선소는 장기화된 침체로 인프라가 노후화되고 공급망이 쇠퇴해 함정 건조 역량이 악화된 상황이다. 현지 조선소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미 해군의 MRO 역량은 경쟁국 대비 20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 재량권을 위임해 해외에 파견된 미국 함정 MRO를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MRO사업 진출을 위한 자격요건인 ‘MSRA’를 신청했으며 현재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최신형 함정 건조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정도이며, 이중에서 납기와 공급망 안정화 등의 강점을 보유한 한국이 수주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함정시장 성장세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의 수출주도형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지난달 HD현대중공업은 ‘K-함정 비전 및 연구개발역량’ 설명회에서 ‘K-방산비전 2030’을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기업주도형 함정연구개발사업으로 축적해 온 엔지니어 역량을 기반으로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 비용을 앞세워 MRO 분야를 포함한 세계 함정시장을 대상으로 성장 플랜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연매출 1조원 내외로 유지해오던 함정사업을 수출과 해외 현지 건조기반을 통해 2030년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미국 함정사업이 본격화될 2030년대 중반에는 권역별 해외거점을 기반으로 연 매출 5조원대 규모의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HD현대중공업은 일명 ‘환태평양 벨트화 비전’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환태평양 벨트화 비전’을 통해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 필리핀과 페루 이외에 호주, 사우디 아라비아, 미국 등으로 외연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은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로부터 함정 4척의 현지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향후 15년간 페루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해군의 후속 함정사업에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한 군 현대화사업을 진행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OPV) 6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8일 필리핀의 3200t급 초계함 1번함 ‘미겔 말바르’함이 진수됐다.
HD현대중공업은 MRO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MRO 관련 업체 9곳과 ‘함정 MRO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MRO사업 협력을 통해 기존 건조 중심의 함정사업을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하고 부품 공급, 정비지원 등의 사업영역을 정비시설 현대화와 플로팅도크 건조 등 정비 인프라 구축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ABS선급와의 검사·인증 협력체계를 강화해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방침입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부사장은 "함정산업은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규모의 경제를 설계할 시점에 와있다”며 “앞으로 국내 함정사업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개발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한편, 팀 코리아로 환태평양 지역에 해외 수출 기반을 확충해 나간다면 림팩훈련 참가전력의 절반이 K-함정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위산업 영향 및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선으로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국방예산이 바이든 정부 집권 시기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국내 방산수출이 확대될 기회가 있다”며 “미국의 국방비 증가로 고등훈련기·함정사업 등에서 진입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 집권 시 미국이 자국이기주의와 고립주의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방산 수출 측면에서 중동 등의 지역에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수출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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