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부산항-美 타코마항 간 무탄소항로...내년부터 경제·규제적 타당성조사 실시
글로벌 해양 포럼, “지난 1년간 전세계 녹색해운항로 2배 늘어...진행단계도 성숙화”
미국 로스엔젤레스항 /  로스앤젤레스항 제공
미국 로스엔젤레스항 /  로스앤젤레스항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전세계적인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의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녹색해운항로’는 탈탄소 연료를 지원하는 국가 간의 항만을 연결한 항로로, 지속가능한 연료를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무탄소 해운을 가속화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COP28에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가나 등 10여개국 선·화주 기업·단체 등과 ‘녹색해운목표’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해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미국 등 13개국과 함께 글로벌 해운의 ‘2050 탄소중립’을 지지하는 ‘녹색해운목표’ 실현을 선언한 바 있다. ‘녹색해운목표’에는 향후 10년 이내 △무탄소 연료 생산 및 벙커링 시설 등 인프라 구축 △저·무탄소 선박 실증 및 도입 △특정 항만 간 무탄소 선박을 투입하는 녹색해운항로 구축 등이 골자로 담겨있다.

당시 한국은 ‘2030 무탄소 선박 시범항로 구축’을 공식화하고, 미국 서부 시애틀·타코마항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항로에 무탄소 선박을 투입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기로 약속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정상회의에서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발언 중이다 / 외교부 제공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정상회의에서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발언 중이다 / 외교부 제공

양국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부산항, 울산항, 마산항과 미국의 시애틀항, 타코마항, 에버렛항 간의 사전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양국 항만 간의 화물흐름, 재생연료 가용성, 연료공급 기반시설(인프라) 등을 검토했다. 사전타당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산항과 타코마항 등 미국 북서부항만 간에 그린 메탄올·암모니아를 사용하는 다수의 무탄소항로 구축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에 양국은 내년부터 경제·규제적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참여 업·단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8년 전후로 시범 운항을 목표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구체적인 사전타당성 연구결과와 향후 이행방안은 빠르면 12월 말이나 내년 초에 공식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부를 둔 국제비영리단체인 ‘글로벌 해양 포럼(Global Maritime Forum)’은 ‘녹색해운항로에 대한 연간진행보고서(Annual Progress Report On Green Shipping Corridors)’를 통해 녹색해운항로의 개발과 성숙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 세계적인 녹색항로 계획은 21개에서 44개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기존 녹색항로의 성숙도 또한 연료 결정 후 운영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로 진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안된 녹색해운항로로는 △‘알레스카-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미국 워싱턴’ 크루즈 항로 △‘아시아-유럽’ 컨테이너 항로 △‘호주-일본’ 철광석 항로 △‘동북아-미국’ 자동차 운송항로 △‘포르투갈-브라질’ 항로 등이 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LB)항과 중국 상하이항이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녹색해운항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정부기관에서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 중국선급협회(CCS), 글로벌 해양기술협력센터(MTCC) 아시아 등이, 기업에서 CMA CGM, COSCO, Maersk, ONE 등이 참여한다. 양측은 2025년부터 해당 녹색항로에 저·무탄소 컨테이너선을 배치하기 시작해 2030년까지 세계 최초의 무탄소 녹색항로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녹색해운항로 구축이 가시화되자 친환경 연료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핀란드 바르질라(Wärtsilä)사는 “녹색해운항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선주, 운영자, 연료공급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설계상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하고, 항로 처음과 끝의 정부들은 무탄소 해운을 지원·장려하는 규제와 인센티브 마련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르질라는 선박용 엔진 등 선박용 추진시스템 제조기업으로, 2019년 6월 ‘해양 배출 제로화 에너지계획(ZEEDS)’ 이니셔티브를 위해 5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반면 ‘글로벌 해양 포럼’의 탈탄소화 프로젝트 책임자는 “새로운 녹색해운항로의 출현과 기존 녹색항로의 성숙도 증가는 고무적이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항로 개통이 가까워짐에도 새로운 도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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