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엘니뇨, '지구 온도 상승'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높여
"엘니뇨, 공급에 영향 미쳐"...中 정부, 지난해 더위에 전력공급 중단
1997-1998년의 엘니뇨, 5년 간 5조 7000억달러 손실 입어
엘니뇨가 지구 온도 상승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연합뉴스. 
엘니뇨가 지구 온도 상승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지구 기온 상승에 영향을 주는 엘니뇨가 경제에도 위협이 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가운데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인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여파는 엘니뇨가 지나간 뒤에도 이어져, 세기말에는 84조달러(약 10경 6957조 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로 인해 기온은 더욱 올라가고, 더위는 길어지고 있다. 극심한 더위는 공중 보건에 비상 사태를 일으켰다. 가뭄으로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지역이 있는 반면 기록적인 폭우로 생활터전이 사라진 지역도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이코노믹 모델링에 따르면 이전 엘니뇨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엘니뇨로 인해 비에너지 상품 가격의 3.9%p, 석유 가격의 3.5%p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에 현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당시 브라질·호주·인도 등은 GDP 성장에 타격을 입었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 관측 이래 이번 엘니뇨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가속화된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날씨와 더워진 기온 등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불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바가비 사크티벨은 "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을 겪는 가운데 엘니뇨는 정말 잘못 찾아왔다"며 "정책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전 세계 구리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칠레에 엘니뇨로 인한 폭우가 내린다면, 구리 광산의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 감소와 선적 지연 등은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은 상품의 금속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중국의 엘니뇨가 가져온 무더위로 인해 가축이 죽어가고 전력망은 늘고 있다. 당국은 올 여름 전력 부족을 예상해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가뭄으로 정부 측은 약 2주 동안 공장의 전력 공급을 중단, 애플이나 테슬라 등 제조업체의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엘니뇨가 지나가도 여파는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 델러스의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들은 "2019년 엘니뇨로 인한 피해가 생산량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며 "심지어 소득 궤적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뿐 만 아니라 과학자들 역시 "1997-1998년 엘니뇨로 인해 5년 동안 GDP 손실이 5조 7000억달러(약 7262조 3700억원)에 달했다"고 추정했다. 심지어 "이번 세기말까지 엘니뇨로 인해 약 84조달러의 GDP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 모델링에 따르면 엘니뇨로 인해 인도와 아르헨티나의 연간 GDP 성장이 0.5%p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페루, 호주, 필리핀의 GDP도 약 0.3%p의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2000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강력한 엘니뇨가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을 4%p 높일 수 있다고 이미 경고했다. 심지어 현재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상품 가격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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