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그래픽 D램, SK하이닉스는 HBM D램에서 두각
GDDR·HBM·CXL이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패러다임의 핵심기술
[한스경제=노이서 기자] PC 시장이 2000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 수요를 견인했다면 2011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가 반도체 시장의 메인 동력이었다. 다만 두 시장 수요가 나란히 떨어지는 사이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성능 반도체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중장기적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전방 산업 수요가 전환되고 있는 초기 단계에 놓여 있다”며 “향후 고사양 D램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수요가 올라가는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오픈AI가 초거대 AI 챗GPT를 출시한 것을 기점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사업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고 있다. AI는 온라인 뿐 아니라 자동차와 금융, 헬스케어 등 여러 산업에 접목되며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등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서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고사양 D램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전 세계 GPU 기반 서버 출하량이 364만 대, 2025년에는 463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GPU 평균판매가격(ASP)은 4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AI 시대에 맞춰 여러 가지 신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업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그래픽 D램 ‘24Gbps GDDR6 D램’을 개발했다. 이를 프리미엄 그래픽 카드에 탑재하면 최대 초당 1.1TB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GDDR 같은 고사양 그래픽 D램 수요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기여도가 20% 넘어서며 향후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그래픽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관련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삼성전자의 그래픽 D램 시장점유율은 38.9%로 세계 1위였고 마이크론(33.3%)이 2위, SK하이닉스(27.8%)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2.0’ 기반 128GB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올해 안에 이를 양산할 계획이다. CXL은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D램, 저장장치 등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 되는 인터페이스다. CXL 2.0 D램은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경우 더 효율적으로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어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HBM3P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월 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업계 최고 성능의 HBM3 8단 16GB와 12단 24GB 샘플을 출하 중이며 양산 준비도 이미 완료한 상태”라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은 하반기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HBM은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만들어 대역폭을 극대화한 D램이다. 삼성전자는 2년 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도 개발했다. 이를 미국 AMD가 개발한 GPU ‘MI-100'에 탑재해 성능을 두 배 높였다.
PIM은 메모리 내부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융합기술인 가운데, 전력 효율성은 높이고 데이터 지연 현상은 줄일 수 있어 저탄소 효과와 초고속 데이터 분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AI 서버에 HBM-PIM을 탑재할 경우 기존대비 성능은 2배 이상 높아지고, 시스템 에너지는 70% 이상 감소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용 PIM 솔루션으로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 PIM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HBM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더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현재로서는 HBM3을 양산하는 유일한 업체”라며 “올해 전체 HBM 세계 시장점유율은 53%로 지난해보다 3%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전자 HBM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38%로 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10년 전인 2013년에 세계 최초 HBM을 개발한 만큼 이 분야에서 가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2021년 10월에는 4세대 제품 16GB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최근 D램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품 성능 검증을 받았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하반기 HBM 전방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공정에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도입하고 12단 HBM3 신제품 등을 기반으로 HBM 시장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PIM 기술을 HBM에 결합했다면 SK하이닉스는 GDDR6에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PIM이 적용된 ‘GDDR6-AiM' 샘플을 처음 개발했다. 일반 D램 대신 GDDR6-AiM을 GPU와 함께 탑재하면 연산 속도가 16배까지 빨라지고 에너지 소모량은 80% 줄어드는 것으로 설명됐다. 향후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과 함께 GDDR6-AiM, AI 반도체를 결합한 신기술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CXL 확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DDR5 D램 기반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올해 안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첫 CXL 메모리를 공개하고 바로 2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CXL에 빅데이터 분석용 연산 기능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컴퓨테이셔널메모리솔루션(CM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CXL은 메모리 용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 여기에 머신러닝 및 데이터 필터링 연산 기능까지 더해진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CXL은 메모리 반도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CXL 기반 다양한 대역폭 메모리 솔루션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전체 D램 가격 하락폭은 2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3분기에는 핵심 D램 제품부터 가격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계절성 수요와 삼성전자 등 주요 공급업체들의 감산 정책 영향이 맞물려 재고 소진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노이서 기자 yiiiseo@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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